경선 시작도 안했는데…국민의힘, '이준석 리스크' 부상
서병수 "중차대한 시기, 지도부 흔들지 말라" 진화 나서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국민의힘이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경선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준석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 간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통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절정에 치닫는 모양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 앞서 원희룡 예비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롯한 김태호,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하태경, 황교안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2021.08.05 leehs@newspim.com |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지금은 굉장히 중차대한 시기다. 우리끼리 당내 갈등 싸움에 휩싸일 때가 아니다"라며 "이준석 대표가 취임한 뒤 국민의힘 지지도가 올라가고 외연확장에 확실히 득이 됐다는 것은 다 아실 것이다. 왜 이렇게 지도부를 흔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이어 "제발 자중해달라"며 "최고위원들도 똘똘 뭉쳐서 대여투쟁을 해야 한다. 각 캠프에서도 협력할 건 협력하고 양보할 건 양보해서 당내 권력투쟁에 몰두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진짜 우리가 원하는 것인데 말씀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반발하자 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윤한홍·조해진·박대출·김태흠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당 대표를 중심으로 잘해보자는 의미였지만, 사실 다른 의원들은 당대표 리스크를 이야기했다"라며 "잘해야 한다는 건 동의하지만 당대표 리스크가 있는데, 당대표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건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경준위의 토론회 준비과정과 이 대표의 페이스북 메시지, 미흡한 대여투쟁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거론했다"라며 "대선 후보들끼리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대표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캠프에서 종합상황실 총괄부실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의원은 당초 이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이라며 "이 대표가 새로운 변화와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했지만, 현 상황이 그에 부합하느냐"며 "후보들의 경쟁 관계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 발언에 맞대응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후 6시까지 자신과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1.08.18 leehs@newspim.com |
최근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불거졌다. 논란의 시작은 통화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원 전 지사와 통화한 음성녹음을 텍스트로 변환해 캡쳐본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윤 전 총장과의 관련된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지사는 대선 경선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 우려를 표하고 이 대표는 "걱정 말라"며 "곧 정리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리된다"는 주어가 윤 전 총장이 아닌 경선 과정의 갈등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말한 "정리된다"의 주체는 윤 전 총장이라고 주장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자 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통화 녹취본 전체를 오후 6시까지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대표가 사적으로 통화한 내용을 공개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대표라는 사람이 통화 녹음을 하고 녹취록까지 번번이 공개하면 어느 의원이 대표한테 직접 전화해서 고충을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라며 "의원총회에서 이런 우려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최근 여러 가지 사태를 봤을 때 당 지도부가 당의 단합과 결속, 경선에서의 공정성 관리를 위해서 어떤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줬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뢰성에 관한 여러 가지 언행들에 대해 지도부가 조금 더 깊은 생각을 갖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일갈했다.
최 전 원장은 이어 "최근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관계에서도 녹취 문제가 불거졌다. 다행히 봉합되는 모습이었는데 원 전 지사와의 녹취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다"며 "내용을 아는 당사자들끼리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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