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잔고 통계 집계 후 최대
반대매매 규모도 증가 추세 '337억'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이르면 이달 중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해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증권사의 주식 반대매매 폭탄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개인의 신용공여(신용융자) 잔고는 25조4712억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 등을 위해 증권사에 빌린 돈을 의미한다.
신용융자 잔고는 통상 주가가 상승할 때 함께 늘어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최근에는 증시 하락에도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들이는 저점 매수 기회로 포착해 빚투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주일 사이 코스피지수는 하락하는 반면 신용융자 잔고는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18일 3267.93으로 거래를 마감했으나 이달 18일에는 3158.93를 기록해 약 2달 사이에 무려 1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마감했다.
빚투는 늘어나는데 증시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반대매매' 규모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반대매매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산 후에 주가가 급락하거나 약속한 만기 내에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주식을 산 후에 3거래일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주식을 강제로 처분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주식 반대매매 규모는 337억원으로 지난 5월 14일 360억원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해 6~7월만 해도 200억원 안팎에 불과했으나 이달 들어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주식은 물론 부동산 빚투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개인 투자자에게는 악재다. 앞서 한국은행은 연내 완화적 통화정책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공식화한 바 있다. 그간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증시도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금리인상과 증시하락이 맞물릴 경우, 개인 투자자는 이자 부담과 수익률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것이어서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증권사의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증시 하락을 부추기고 신용융자를 받은 개인 투자자의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매매는 전일 종가 하한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통상 주식을 제값에 받지 못하고 파는 것과 같다.
이 같은 이유로 올 상반기 반대매매와 관련한 민원과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전날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증권·선물업계에 접수된 민원·분쟁 건수' 자료를 보면 전산장애 항목에 이어 반대매매가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매매나 주문제출 과정에서의 착오·지연 주문 등이 발생하는 주문집행 관련 민원은 총 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건보다 12.1%나 늘었다.
이처럼 빚투에 대한 부작용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무더기 손실이 예상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시한폭탄이 떠안겨진 것과 다름 없다"며 "만약 증시가 장기 조정에 들어갈 경우 신용융자를 받은 개인 투자자들이 견디기 어려워지고 결국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