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장식 수술로 골든 타임 놓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이나금 여사 "유령의사는 언급·처벌 안해…당연히 항소할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안면윤곽 수술을 받고 과다출혈을 일으킨 고(故) 권대희 씨를 수술실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성형외과 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유족 측은 "죽은 우리 아들만 억울하다"며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19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모 씨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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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6월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故)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1.06.15 kilroy023@newspim.com |
최 부장판사는 "장 씨와 마취의 이모 씨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앞둔 20대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유족들의 고통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혈액이 비치돼 있지 않은 시설에서 피해자에게 다량의 출혈이 발생했고 이른바 공장식 수술 라인을 돌리느라 수시간 동안 이렇다 할 치료 없이 골든 타임을 놓쳤다"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피해자의 어머니는 수술실 CCTV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술 관계자들의 행적을 분 단위, 심지어 초 단위까지 세밀하게 확인해 사망한 아들의 사안에 관한 진실을 밝히려고 했다"며 "피해자 어머니의 지난 수년간의 처절한 행적이 느껴지고 피고인의 처벌의사를 강력히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술에 참여한 의사 신모 씨에 대해서는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했거나 회피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장 씨와 이 씨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권 씨의 어머니이자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인 이나금 여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죽은 우리 아들만 억울하다. (선고 결과를) 수용할 수가 없다"며 오열했다.
그는 "환자 동의를 받지 않고 공장식 수술, 유령 수술을 한 부분을 재판부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제 대한민국 수술실에서는 공공연하게 유령 수술이 자행될 것이고 판사가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으로 허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소 계획에 대해서는 "당연히 하겠다"며 "살인이나 상해치사죄로 적용이 안 된 것 자체가 문제가 있고 2심에서도 (검찰에)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해달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장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의사 이 씨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500만원, 신 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단독 지혈을 시행한 간호조무사 전모 씨는 선고를 유예받았다.
앞서 권 씨는 지난 2016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후 장 씨 등은 2019년 11월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권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 사건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죄 또는 상해치사죄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검찰은 "피고인들의 당시 조치 등에 비춰 살인이나 상해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공소장변경 신청은 하지 않았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