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인턴기자 = "백신 인센티브요? 어차피 9시면 문 닫아야 하는데 누가 오겠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면서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된 첫날인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사격게임장을 운영하는 김모(70) 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거리두기 4단계 이후로 매출이 거의 없어 생활비도 안 나온다"며 "우리 가게는 저녁에 술 마신 사람들이 놀러 오는데 술 마실 시간도 없으니 손님이 있을 리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인턴기자 =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모습.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한 분위기다. 2021.08.23. parksj@newspim.com |
오후 6시 이후 백신 접종 완료자 포함 최대 4인 모임 허용 첫날인 이날 오후 서울 주요 번화가는 '백신 인센티브'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직장인들이 퇴근한 이날 오후 7시 신촌 일대는 간혹 2명씩 짝을 이룬 이들이 거리를 오갈 뿐 3명 이상 모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 같으면 회식을 하거나 데이트를 하는 시민들도 붐볐을 시간이지만, 방역수칙에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비까지 내리면서 거리는 텅 빈 모습이었다.
거리에 즐비한 식당과 카페에도 혼자 오거나 2명씩 짝을 이룬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3명 이상 모임은 보이지 않았다. 곳곳에는 불을 끄고 문을 닫거나 '임대문의'를 내걸고 폐업한 상가가 눈에 띄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백신 인센티브가 상권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밤 9시까지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피해가 더 크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인턴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건물 전체가 폐업하거나 휴업 중인 상가. 2021.08.23. parksj@newspim.com |
신촌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민수(34) 씨는 "백신 인센티브는 젊은 사람이 접종을 받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백신 맞은 연령층은 이곳 상권에 잘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는 "백신 인센티브 효과가 있었으면 지금 가게에 손님이 많아야 하지 않느냐"며 "안 그래도 손님 없는데 9시로 줄었다고 해서 오늘은 더 없는 것 같다. 새벽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할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씨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고깃집에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인근 닭갈비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5개 테이블 중 한 곳만 손님이 있었다. 바로 옆 15개 테이블 규모의 국밥집도 텅 비어 있었다.
같은 시간 서울의 대표적 젊음의 거리인 홍대 일대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지하철 홍대입구역을 나와 거리에 나섰지만 20·30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산을 쓰고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인턴기자 = 23일 오후 서울 대표 상권으로 꼽히지만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한산한 홍대거리 모습. 2021.08.23. parksj@newspim.com |
오후 8시가 넘자 대부분 식당과 카페는 영업을 종료하고 마감을 준비하는 종업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일부는 여전히 조명을 환히 밝혀놓은 상태였지만 내부에는 손님이 없었다.
홍대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기덕(58) 씨는 "백신 인센티브가 있어도 어차피 9시에 문을 닫아야 해서 손님이 안 온다"며 "지금까지 우리 가게에는 (3인 이상 손님은) 한 팀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씨는 "예상은 했지만 화병이 날 것 같다. 명절 끝날 때까지 거리두기 4단계라는 말이 있던데 너무 화나고 절망스럽다"며 "이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걸 알아서 더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모(37) 씨도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9시부터 술 마시기 시작하는 손님이 많았다"며 "지금은 어차피 9시까지밖에 못 먹는데 백신 인센티브가 있어봤자 올 사람이 없다"고 했다.
오후 9시가 되자 홍대 일대는 한꺼번에 손님들이 빠져나오면서 순식간에 텅 빈 거리가 됐다. 인근 편의점에만 일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질 뿐이었다.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김은지(23) 씨는 "거리두기 4단계 이후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 3단계보다 절반 정도 준 것 같다"며 "저녁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가 제한 시간 때만 숙취해소제나 담배, 음료수 등을 사러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홍대 한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이병진(34) 씨는 "백신을 맞았지만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백신을 맞아도 감염을 100% 차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변이 바이러스도 있어서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인턴기자 = 23일 오후 9시 이후 서울 홍대거리를 나가는 길목에는 귀가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2021.08.23. parksj@newspim.com |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