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0%로 내 집 마련할 수 있는 '누구나집'
서울권 입지 없어 수요분산 효과에 제한적
10년 후 예측한 사업구조로 변수 많아
사업 활성화 및 민간사업자 참여 불투명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본격화했지만 서울권 지역이 전무해 실수요자의 관심을 높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은 서울과 비교해 시세 하락에 대한 변동성이 크고 수요자 선호도가 떨어진다. 집값이 하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실수요자가 10년 후 주택가격을 예상하고 뛰어들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분양전환 시점에 집값이 분양보다 낮다면 미분양 폭탄이 불거질 여지도 있다.
◆ 서울 제외된 '누구나집', 공적자금 투입에도 수요 분산효과 한계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누구나집 프로젝트가 사업자 공모를 시작으로 가시화되고 있지만 입지 및 분양가, 주택경기 불투명 등으로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시범 사업지로 인천 검단과 경기도 의왕 초평, 화성 능동 등 수도권 3개 지역 6개 지구가 선정됐다. 총 6075가구 규모로 오는 11월 사업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구체적인 사업을 협의한 후 주택사업계획 승인, 주택도시기금 출자 승인, 임대리츠 영업인가, 사업 약정 체결 등의 절차를 거쳐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다.
하지만 시범 사업지의 입지가 서울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수요 유입에 한계가 존재한다. 서울과 직주근접이 가능해야 도심 수요자의 유입도 이끌어낼 수 있지만 물리적 거리가 멀면 지역 내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현상에 그칠 수 있다.
검단신도시 내 4개 블록이 들어서 인천 물량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신도시 예정지라 거주환경은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역과는 직전거리로 26km, 강남과는 35km 떨어져 있다. 물리적인 거리가 상당해 인천 수요자를 대상으로 입주자가 꾸려질 공산이 크다.
화성능동과 의왕초평도 서울 도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30분 정도 걸려 서울 주택 수요자가 선택하기 어려운 입지 조건이다. 이처럼 시범 사업지가 서울과 인근지역에 조성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누구나집이 큰 관심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 지역은 주택경기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서울보다 낙폭이 더 큰 게 일반적이다.
집값의 10%만 내고 10년간 임대로 살다가 분양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누구나집과 기존 분양전환형 임대와 다른 것은 분양가를 미리 정한다는 점이다. 집값이 계속 올라 10년 뒤 시세가 분양가보다 높아야 계약자가 차익을 손에 쥐는 구조다. 10년 뒤 분양가가 애초 계약한 금액보다 낮다면 계약자가 분양을 포기하면 된다지만 차익은커녕 분양가 하락분을 보존해야 한다. 다른 지역을 청약하지 않고 기다렸던 기회비용도 상실하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10년 거주할 수 있고 입주 당시 확정된 분양가로 집값을 지불하는 방식이어서 무주택자에게는 유리한 주택일 수 있다"며 "그럼에도 입지와 분양가 등의 상황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 집값 계속 못 오르면 '혈세만' 낭비...민간 참여도 불투명
누구나집은 앞으로도 서울 주변에 공급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이 참여하는 임대리츠를 통해 추진하는 누구나집은 기금이 자본금의 70%까지 출자하고 사업자가 20%를 부담한다. 계약자로부터 집값의 10%를 받아 사업을 이끌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 기관이 떠안는 사업비 부담이 크다.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땅값이다.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 대부분은 민간 사업자와 정부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신도시와 지방자치단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과 인근지역의 민간 부지를 매입해 누구나집을 지으려면 현재 사업비의 2배 이상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로써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업 실패시 손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누구나집은 당분간 경기도와 인천 외곽지역에 대거 포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사업비의 20% 정도를 부담하는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부진하다면 사업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수익률을 약 5% 보장하는 수준에서 분양가를 정하기로 했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지분에 따라 손실만 떠안야 한다. 건설사의 민간 사업과 비교해 기대 수익률이 매우 낮고 투자금 회수까지 10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민간이 적극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대형건설사 주택사업부 한 임원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10년 후 출자금 상당부분을 회수하는 구조라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택지지구 및 공공공사 입찰 가점 등 별도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참여하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