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플랫폼 규제 이슈 더 커질 가능성"
"네거티브 이슈 여진 지속...주가 정점 친 것 같다"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플랫폼 독점 규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주저앉았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앞다퉈 매물을 쏟아냈고 개인들은 해당 물량을 고스란히 받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전일대비 7.87% 하락한 40만9500원, 카카오 주가는 전일대비 10.06% 떨어진 13만85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 모두 1% 하락세로 장을 출발했지만 장중 낙폭을 키웠다.
9월 8일 카카오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
이는 정치권에서 '독점', '문어발 확장', '좌시하게 않겠다' 등의 발언이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여당 인사들은 송갑석·이동주 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카카오의 시장독점을 견제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015년 45개였던 카카오그룹 계열사는 2020년 118개로 증가했다"며 "카카오 성공 신화 이면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 역시 "입점 업체에 대한 지위 남용과 골목 시장 진출, 서비스 가격 인상 시도까지 카카오의 행보 하나 하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입법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일부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금융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투자 중개 행위'로 판단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
이에 대해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카카오페이가 현재와 같은 금융상품 중개판매를 계속 영위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 중개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에 가능할 것"이라면서 "라이선스 발급 여부는 금융당국의 방향성, 스탠스 등에 따라 시기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외국인과 기관은 앞다퉈 매물을 쏟아낸 반면 개인투자자들만 이 물량을 받아냈다. 카카오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320억, 1940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고, 개인은 6230억원 순매수를 나타냈다. 네이버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80억, 1200억원 팔았고, 그 금액은 고스란히 개인들이 받아냈다. 최근 대형주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터졌을 때마나 나오는 전형적인 수급 패턴이다.
이에 대해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들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어떤 모멘텀이 꺾이거나 네거티브한 이슈가 생겼음에도 항상 개인들이 물량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전략상 적절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당장 구체화된 건 없지만 네거티브 이슈가 계속 남아있을 것 같다. 또 밸류가 싸다면 문제가 없는데,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면서 "여기서 주가가 다시 고점을 넘어가는 어떤 기대감들은 좀 약화되지 않을까. 정점을 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펀드매니저는 "카카오를 장기 보유했던 입장에서, 정부의 이런 강력한 정책 경고는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여, 카카오 기존 보유분을 조금씩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자연독점 기업이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는 수익화 전략을 구사한다면, 정부 입장에서 계속 좌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 커질 확률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