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로 보좌관 PC 뒤지고 자료 뽑으려 해"
"자택 수색 협조했는데 의원회관서 불법 자행"
[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10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김웅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윤 후보가 받고 있는 검찰 고발 사주 의혹에서 전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돼 왔다.
김 의원이 자택 압수수색에 협조를 하고 있는 동안 영장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의원실을 불법 압수수색하면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의힘 김 의원이 택시를 이용해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하고 있다. 김 의원의 차량도 압수수색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1.09.10 leehs@newspim.com |
김 의원은 "의원회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완전한 불법 압수수색이고 사실상 야당 정치인에 의해 작성된 자료를 훔치기 위한 모략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9분쯤 윤 후보가 과거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국민의힘에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곧바로 김웅 의원실을 찾아 영장 집행 과정을 놓고 강력한 항의를 이어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김 의원실에 도착했다.
김 의원은 의원실과 함께 차량까지 압수수색에 포함되면서 오후 12시 21분쯤 택시를 타고 의원회관에 도착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과 공수처 관계자들의 대치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 의원은 "불법 압수수색을 한 거다. 영장을 왜 안 보여주냐"고 공수처 관계자들에게 항의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보좌진들이 (압수수색 절차에 대해) 잘 모르니까 불법적으로 (수색을) 한 것을 인정하느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영장) 제시는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를 하고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제시다"며 "그럼 미란다의 원칙도 '미란다의 원칙 이란 게 있습니다' (말만)하고 끝인가. 형사소송법에 어떻게 돼 있느냐"고도 직격했다.
현장에서 문제가 된 부분 중 하나는 공수처가 김웅 의원실 보좌관의 PC도 뒤지려 한 데 있다.
현장에 자리한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보좌관 PC는 영장에 안 들어가 있다면 불법이다. 바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의원실 밖으로 나온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공수처서 지금 3군데 압수수색에 들어왔다"며 "자택 압수수색의 경우 적법 절차를 지키고 영장을 받아 최대한 협조해 2시간 만에 끝냈고, 휴대전화도 압수수색돼 정확한 사정을 몰랐는데 급히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적법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 전혀 안 한 상태에서 김웅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말하고 압수수색이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압수수색을 하면서 영장 제시 자체를 안하면서 목적물 무엇, 대상 무엇, 범죄사실이 무엇인지 전혀 얘기 안 한 상태에서 제 PC와 그리고 저와 압수물 대상도 전혀 아닌 보좌관의 PC에 압수수색을 시작해 자료를 추출하기 바로 직전까지 갔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절차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불법적으로 한 것 같아 증거물은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에 묻는다"며 "적법하게 제시하면 충분히 협조 가능한데 거짓말까지 해가면서까지 자료를 빼내려 했던건 본건(고발 사주 의혹)과 다른 이른바 야당 정치인의 자료 색출하기 위한 모략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와서 이렇게 황당 무계한 불법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서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시 한건 아닌지 수사해서 분명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걸 알면서도 회관에 들어와 불법 거짓말을 해서 자료를 뽑아가려고 한 것이야 말로 말로 정치 공작"이라며 "공수처장은 여기에 대한 책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후 오후 2시 5분 의원실로 들어갔다.
현재 김 의원실 압수수색은 김 의원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거센 반발로 잠시 중단된 상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김웅 의원 사무실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 의원의 의원실 압수수색에 대한 절차적 문제점과 김 의원의 현재 위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1.09.10 leehs@newspim.com |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정기국회 중에 의원실을 이렇게 압수수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공수처는 야당을 흠집내는 정치 공세에 발맞춰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유리한 사안에 대해서만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1호사건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기소 의견 하나 내는데도 미적거리던 공수처가 야당 의원에 대한 수사는 그 어느 때보다 민첩하다는 점에서 공수처의 압수수색과 수사는 명백한 의도를 가진 정치적 수사"라고도 비판했다.
또 "이러니 정권을 비호하는 공수처라 비판받는 것"이라면서 "오늘의 야당 탄압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것은 심각한 야당 탄압이란 생각이 든다"며 "경위를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우리당으로 들어온 공익 제보를 우리가 어떻게 처리하고 하는 건 정당의 문제지 그게 공수처가 개입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당국의 조치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며 "야당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선 지지부진하면서 세월을 늦추기만 하다가 여당 측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광석화처럼 기습남침하듯이 한다"고도 비판했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