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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거대 건설 부동산 업체 에버그란데(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은 데 이어 월가는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십 수년간 중국의 부동산 버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헝다 사태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번주 업체가 달러화 표시 채권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디폴트를 낼 경우 건설 부동산 업계로 연쇄적인 파장이 확산되는 한편 중국 경제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2021~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중국 정부의 IT 대기업 압박에 이어 건설업계 공룡 기업의 파산 위기가 실물경기를 꺾어 놓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헝다그룹이 무질서한 파산에 이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지난해 기준 중국 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건설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패닉에 빠지는 한편 전반적인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BofA는 강조한다.
헝다그룹의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스탠다드 차타드와 ING, 골드만 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중국 성장률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세계 2위 경제국을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이 한층 어두워지는 모습이다.
BofA는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8.3%에서 8.0%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2022년 전망치를 6.2%에서 5.3%로 대폭 낮춰 잡았고, 2023년 예상치 역시 6.0%에서 5.8%로 깎아 내렸다.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채권 투자자들에게 작지 않은 피해를 미칠 뿐 아니라 중국 경제에 광범위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BofA는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은 헝다그룹이 이번주 5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의 이자 약 8400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해당 채권의 규모는 발행액 기준으로 20억달러에 이른다. 이어 이달 29일에도 7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이 예정돼 있다.
업체의 부채 규모는 1조9000억위안(3050억달러)로 집계됐고, 이 밖에 소위 '숨은 부채'가 상당한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가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의 파산 사태가 몰고 올 타격을 인식,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적정 시기를 놓쳐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지거나 무질서한 파산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가뜩이나 소매 판매부터 제조업 생산 등 굵직한 경제 지표가 하강 기류에 접어 들었고,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는 상황에 헝다그룹의 위기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스탠다드 차타드와 ING 역시 정부의 부적절한 정책이 경제 펀더멘털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고, 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울러 이들 IB는 중국인민은행(PBOC)에 4분기 50bp(1bp=0.01%포인트)에 달하는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골드만 삭스 역시 건설 부동산 경기의 악화가 2022년 중국 경제 성장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인 5~6%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