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실적 좌우하는 4분기 앞두고 온라인 마케팅·플랫폼 강화
패션업계 '디지털 런웨이' 등 온라인으로 선보여
[서울=뉴스핌] 신수용 인턴기자 = 패션기업들이 성수기인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오프라인 패션 강호들의 실적이 추락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 증강현실(AR) 화보에서 가상현실(VR) 쇼룸까지...IT 기술에 꽂힌 패션계
3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기업들은 가을·겨울(F·W) 시즌을 앞두고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상품을 공개하는 등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고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패션업계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정보통신(IT) 기술을 마케팅에 적용했다. 초청장이 필요했던 신상 패션쇼도 가상현실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 |
[서울=뉴스핌] 29일 여성복 브랜드 보브의 'VR룩북'을 모바일로 열자 모델들이 다양한 신상 의류를 입고 있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신수용 인턴기자 = 2021.09.29 aaa22@newspim.com |
휴대폰·태블릿PC 속 가상현실에서 옷을 골라 입을 수 있게 됐다. 지금껏 옷 한벌을 사 입으려면 오프라인 쇼핑몰을 구석구석 돌아다녀야 했지만 이젠 집에서도 손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가을 신규 컬렉션 화보로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룩북'을 제작해 지난달 공개했다. 평평한 종이에 담긴 카달로그가 아닌 입체적인 '3D영상'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방식은 패션업계 최초다.
사용방법도 간단하다. 휴대폰·태블릿PC에서 보브 AR룩북 QR 코드에 접속하면 어디서든 모델이 착용한 모든 신상 의류를 비교하고 주문도 가능하다.
보브 관계자는 "F·W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AR룩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4분기가 패션 브랜드의 1년 실적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시기인 만큼 새로운 마케팅으로 MZ세대 '펀슈머(Fun+Consumer)'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실제 보브의 AR룩북은 공개 후 2주 만에 4만뷰를 달성했다. 이는 판매로도 이어져 보브의 가을 아카이브 컬렉션은 출시 3일 만에 목표 매출의 300%를 달성했다.
IT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은 보브뿐만이 아니다. 한성에프아이의 골프웨어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어패럴'도 VR쇼룸을 마련했다. 가상의 골프장에 들어가 VR 쇼룸에서 신제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 "'위드 코로나 시대' 맞춘다"...패션업계, '디지털 런웨이' 등 온라인으로 무대 옮겨
![]() |
[서울=뉴스핌] LF는 지난 5월 국내 최초의 3차원 가상 런웨이 '헤지스 버츄얼 런웨이(HVR)'를 열었다. 신수용 인턴기자 = 2021.09.29 aaa22@newspim.com |
오프라인에서 열리던 행사도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패션 업체는 매 시즌마다 패션쇼를 열고 모델이 옷을 입고 무대를 걷는 '런웨이'에서 신상품을 공개했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이러한 대규모 행사 개최가 어려워져서다.
기존 패션위크에 참여하지 않았던 타임·구호 등 패션업체도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디지털 런웨이를 앞다퉈 공개했다. LF는 지난 5월 3차원 가상 런웨이 '헤지스 버츄얼 런웨이(HVR)'를 열었다. 이 런웨이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자사 브랜드 중 하나인 '구호'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가을·겨울 시즌 디지털 런웨이를 공개했다. 삼성물산은 "패션과 음악을 결합시킨 디지털 런웨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올 가을겨울 시즌 주요 룩을 공감각적으로 즐기는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소리까지 영역을 넓힘으로써 구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차별화된 방식으로 전달한다"고 말했다.
구호에 뒤이어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한섬도 자사 브랜드 '타임'도디지털 런웨이를 선보였다. 콘서트를 결합한 디지털 런웨이를 도입한 것은 한섬도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BTS)과 엑소 등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쟈니브로스' 촬영팀이 한섬의 디지털 런웨이 영상 제작을 맡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디지털 런웨이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타임은 이번에 처음으로 런웨이를 진행됐다"며 "디지털 런웨이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자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 또 망칠라"…온라인 판로 개척 나선 패션 강호
유통 환경 변화는 기업 실적에서 드러난다. 무신사 등 온라인 기반 패션 플랫폼 기업들은 성장했지만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등 고전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였던 무신사는 2018년 4500억원이던 거래액이 작년 1조 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거래액도 약 40%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그재그(7500억원)와 에이블리(3800억원) 등도 무신사의 뒤를 이어 거래액이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적자를 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3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 5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감소했다.
다른 패션기업은 적자는 면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LF은 13% 신세계인터내셔날은 7% 매출이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각각 12%·60% 하락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 한섬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5.1%· 4.2% 감소했다.
이에 패션 기업들도 플랫폼 사업 등 온라인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전문몰 SSF샵은 '세사패 캠페인'과 TV 광고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패션업계의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섬은 최근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와 이커머스 기업 플래티어와 손잡고 온라인 쇼핑몰 개발에 착수했다. 계약 규모는 약 45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 그룹은 올해 이커머스 3위 업체였던 이베이코리아와 여성의류 플랫폼 W컨셉 등을 인수하며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W컨셉의 올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입점 브랜드 수도 지난해(6월 기준)보다 35% 증가해 8300개를 돌파했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은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지난해 '렉토' '메종마레' '인스턴트 펑크' 등이 디지털 런웨이를 도입했고 올해도 '프론트로우'를 시작으로 디지털 런웨이에서 이번 시즌 주요 아이템을 공개할 계획이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