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어요. 아직도 할 얘기는 많죠. 하지만 지금으로선 시즌3에 대한 계획이 없어요. 일단 휴식이 먼저인 것 같네요(웃음)."
'슬기로운'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였던 '의사생활'이 시즌2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누구는 태어나도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병원이라는 곳에서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를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이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첫 번째 사람이 바로 신원호 감독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슬의생' 신원호 감독 [사진=tvN] 2021.10.08 alice09@newspim.com |
"보시는 분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느끼신 것 같아요. 누군가는 다섯 동기의 케미, 또 누군가는 음악이나 밴드, 누군가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따뜻한 이야기, 누군가는 러브라인. 각기 다른 포인트들에 매력을 느끼시고 많은 사랑을 주신 것 같아요. 기대를 많이 해주신 시청자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했죠."
신원호 감독이 맡은 작품 중 가장 많은 시리즈를 이끈 것이 바로 '응답하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즌제는 아니었다. 그는 2개의 시즌 동안 조정석, 전미도, 정경호, 유연석, 김대명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신기한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첫 촬영 때도 그랬고, 다섯 명이 모두 모인 장면 때도,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는데도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느낌이었어요.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 진행되다 보니까 너무 신기한 경험이 되더라고요. 스태프와 배우들도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기 때문에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하게 진행될 수 있었어요. 저한텐 시즌2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슬의생' 주연배우 유연석, 김대명, 전미도, 조정석, 정경호(왼쪽부터) [사진=tvN] 2021.10.08 alice09@newspim.com |
이번 시즌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이 바로 각 캐릭터들의 러브라인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의 일상과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이야기가 주된 작품이었던 만큼, 연출에 중점을 맞추는 것도 꽤나 힘든 작업이었다.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다 보이겠지만, 워낙 로맨스만의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러브라인의 흐름이 빠르거나 밀도가 촘촘할 수가 없었어요. 연출자 입장에서 다른 장면들에 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이들의 로맨스가 조금 더 차근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살짝 느릿하게 호흡을 더 가져가려했던 것 같아요. 실제 그 호흡, 분위기, 공간 속에 있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려 했던 장면들이 많았죠."
이러한 연출 속에서 유독 시청자들의 질타를 많이 받은 캐릭터도 있었다. 바로 극중 이익준(조정석)의 동생이자, 김준완(정경호)와 캐릭터 중 처음으로 로맨스를 만들어냈던 익순(곽선영)이다. 현실적인 캐릭터였지만, 작품 속에서 빌런(악당)이 없다보니 익순이 빌런이 되기 일쑤였다.
"모든 캐릭터가 항상 사랑받을 수 없지만, 유난히 미움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어요. 익순이의 경우 이별은 그래프의 일부일 뿐이고, 큰 그림으로 봤을 땐 오히려 둘의 사랑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연출적으로 고민이라고 하면 장거리 연애와 이별이 연달아 있는 커플이라 익순이의 등장 자체가 많이 않았어요. 그 적은 장면들로 어떻게 임팩트를 가져갈까 고민이 많았는데, 두 사람의 멜로 연기가 워낙 좋아서 별다른 연출이 가미되지 않아도 됐었죠(웃음). 개인적으로 다음 멜로 연기가 가장 기대되는 배우도 정경호와 곽선영이에요. 하하."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슬의생' 신원호 감독 [사진=tvN] 2021.10.08 alice09@newspim.com |
신원호 감독에게 이번 시즌2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11화의 마지막 장면인 익준과 송화(전미도)의 길고 긴 로맨스가 이어진 순간이었다. 그는 "조정석, 전미도 배우의 힘으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극찬했다.
"익준과 송화 커플은 친구간의 케미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시즌1, 2 전체의 축에 돼야 했던 러브라인이었어요. 그 적당한 밀도를 지켜가야 하는 점을 가장 많이 신경썼던 것 같아요. 보는 분들도, 캐릭터들도 서서히 물들도록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찍으면서 좀 과하거나 눈빛이 진하거나 멜로 느낌이 짙은 건 걸어냈어요. 11화 마지막 장면을 롱테이크로 갔는데, 이것도 20년의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장면이 단숨에 넘어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순간 분명 넘기기 힘든 감정들이 있는데, 그 부분들이 납득되도록 연출하고 싶었어요. 보시는 분들도 숨막힐 듯한 공기와 분위기를 함께 느껴야 설득될 것 같았고요. 음악도 없이 빗소리만 깔려 있는 그 시간을 채워준 건 조정석, 전미도 배우의 힘이었죠."
시즌1에서 익준과 송화는 여러 차례 엇갈린 전적이 있다. 대학교 시절 한번 엇갈린 후, 익준이 송화에게 고백을 하지만 거절당한 후 이들은 '친구를 가장한 연인'으로 지낸다. 시즌2에서는 두 사람의 긴 러브라인이 이어진 만큼 배우들의 연기 또한 중요한 지점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슬의생' 신원호 감독 [사진=tvN] 2021.10.08 alice09@newspim.com |
"11화 마지막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송화의 '사귈까?'라는 세 글자 대사였어요.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도 있는 그 세 글자를 어쩜 그렇게 많은 걸 담아내면서 표현할 수 있는지… 현장에서도 감탄하고, 편집하면서도 감탄하고, 방송 나가는 걸 보면서도 감탄했어요. 하하. 송화라는 캐릭터는 정해진 주파수 영역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 안에서 놀랍도록 다채로운 톤을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신기할 때가 많았거든요. 늘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잘 될 수밖에 없는 배우죠."
시즌2에서 모든 캐릭터들의 로맨스가 완성됐고, 펠로우 선생님들의 실력이 점차 성장해 나가면서 시즌3를 갈망하는 시청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시청자뿐 아니라, 작품에 참여한 배우 모두 한 마음이다.
"나중에 어떤 우연한 계기가 생겨서 시즌3가 탄생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정말 아무 계획이 없어요(웃음). 기대해주시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것, 배우들과 스태프 또한 계속되길 원한다는 건 너무 감사하고 감동스러운 일인 건 확실하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시즌3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일단 휴식이 먼저인 것 같아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