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 18일 오후 6시쯤 서울 강남역 일대에 위치한 곱창집에서 만난 추모(28) 씨는 "코로나 발생 이후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없다. 결국 시간제한을 풀고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완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이 이날부터 적용됐지만 추씨의 곱창집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직장인들이 퇴근한 이후였지만 곱창집을 찾는 손님들 발길은 뜸했다.
추씨는 가게 앞 간이의자를 가리키며 "손님 줄이 길어질 때 대기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만 해도 이곳은 줄 서서 먹는 '맛집'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님이 줄기 시작해 최근에는 매출이 임대료, 인건비 제외하고 남는 게 거의 없어 사실상 적자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16년째 같은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추씨는 "월 10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내고 전기세,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며 "저희 가게는 간신히 유지만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18일 오후 강남역 일대 번화가. 네온사인만 번쩍일 뿐 한산하다. 2021.10.18. parksj@newspim.com |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완화된 방역지침을 시행한다. 사실상 마지막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만큼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적 모임 인원을 수도권은 최대 8명, 비수도권은 최대 10명까지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아직 위드 코로나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자영업자들 반응이다. 이들은 손님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며 인원뿐만 아니라 영업시간 제한도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강남역 일대 한복판에 자리한 한 주점에서는 시끌벅적한 음악이 흘러 나왔지만 드나드는 시민은 거의 볼 수 없었다. 2~3명씩 무리를 지은 행인들은 지하철과 버스를 향해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강남역에서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의 명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후 8시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행인들마저 사라지며 거리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노래방과 사격게임장, 방탈출카페 등이 밀집한 거리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만 조용히 불을 밝힐 뿐이었다.
가게들도 마찬가지로 한산했다. 일부 식당은 북적이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빈자리가 많았다. 한 주점은 간판 등 주위에 수십개 조명을 달아 가게를 빛내고 있었지만 손님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한 고깃집에는 15개가 넘는 테이블이 있었지만 식사를 하는 손님은 단 4명뿐이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18일 오후 강남역 인근의 한 고깃집. 2021.10.18. parksj@newspim.com |
강남역 일대에서 고깃집을 운영한 지 3년째라는 김모(38) 씨는 "방역지침 완화한다고 해서 사정이 좀 나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보다시피 손님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말 가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손님이 거의 안 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하는 서한나(39) 씨 역시 "우리집은 2차로 오는 손님이 많아 오후 8시부터 손님이 차기 시작한다"며 "영업시간이 밤 12시까지만 됐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10시면 끝나는데 8명으로 늘려봤자 누가 오겠냐"며 "주변 상인들 다 12시로 늘어날 거라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결국 (정부가) 시간은 안 늘려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지침이 완화된지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분식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유율촌(63) 씨는 "거리두기가 풀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오늘부터인지 몰랐다"며 "주말에만 사람이 많지 평일에는 별로 없다"고 했다.
이날 영화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의 한 영화관 매표소에는 관객 3명이 전부였다. 영화관에는 조용한 음악과 영화 예고편 소리만 흘러나오고 있을 뿐 적막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18일 오후 8시쯤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400m가량 떨어진 한 영화관에는 손님 3명이 전부였다. 2021.10.18. parksj@newspim.com |
영화관 직원은 "거리두기 완화됐다고 손님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며 "보통 한 명이나 커플 단위 손님이 대부분이고 3~4명이 온 팀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8명 이상 무리를 지은 손님이 많지 않은 영화관 특성상 인원제한 완화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시민들도 이번 방역지침 완화에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일부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시간제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자영업자들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지훈(31) 씨는 "8명까지 모일 수 있어도 10시 전에 모임을 끝내야 하니 아예 모이려고 하지 않는다"며 "저도 10시 제한만 없었으면 회식하고 친구들 모임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만난 한 남성은 "그냥 화장실만 쓰러 왔다. 최근에 영화 안 본 지 6개월은 된 것 같다"며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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