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한국에서도 1000만 배우가 된 적이 없는데…. 전 세계 3위는 저한테 잊을 수 없는 작품이죠. 하하."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에 이어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으로 연타 흥행에 성공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이번 작품에서 박희순은 국내 최대 마약 조직 동천파 보스 최무진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2021.10.22 alice09@newspim.com |
"무진이란 캐릭터는 극악무도하고 사이코적인 인물인데 잘 흔들리고 예민해요. 그 모습이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건달이나 거친 남자들은 마초 같은 성향만 주로 나왔는데, 이 작품은 그들보다 훨씬 더 무섭고 극악무도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흔들려요(웃음). 또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숙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고요.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죠."
극중 최무진은 윤지우의 아빠와 같은 조직원이자 형제와 다름없는 친구이다. 호텔 리베르의 대표이자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인 만큼 잔인하지만 모든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연기하면서 감정표현을 절제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일적으로는 감정기복이 심한데, 그 표현을 자제하려다 보니 거기서 나오는 섬세한 변화들이 크더라고요. 굳이 대사로 하지 않아도, 감정 표현의 폭을 크게 하지 않아도 느껴지게끔 하려고 노력했죠. 보신 분들이 그렇게 느껴졌다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마이 네임'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액션 누아르 장르이다. 박희순 역시 이번 작품에서 다른 배우들 못지 않은 액션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그의 기억에 깊게 남은 액션이 바로 같은 조직원이었던 강재(장률)과의 장면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2021.10.22 alice09@newspim.com |
"공사장에서 액션을 했었는데 당시 너무 추웠고 환경도 안 좋았어요. 안전장치를 했다고 하지만 장소 자체가 워낙 위험했거든요. 미리 합을 충분히 맞췄지만 현장에 갔을 땐 장소가 주는 다름이 있었기 때문에 준비한 것과 다른 액션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마이 네임' 찍으면서 보충 촬영을 한 적이 거의 없는데 그 장면은 보충 촬영을 할 정도로 위험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고요."
최무진을 설명하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지우이다. 그의 아빠를 죽인 사람이 경찰 중에 있다고 말하며 복수를 돕지만, 나름의 반전을 쥔 인물이다. 또 지우를 언더커버로 만들면서 복잡한 감정을 유지해야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지우는 친구의 딸이지만, 제가 양아버지처럼 나오다보니 '친구의 딸' 이상의 감정이 생길 것 같았어요. 무진이 지우를 대할 때의 그 감정은 솔직히 말하면 저도, 작가님도, 감독님도 잘 몰랐었던 것 같아요. 저는 지우를 대할 때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연기하면, 그 해석은 관객들이 해주길 바랐죠."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마이 네임'은 한국에서 '오늘의 톱 10' 3위(20일 기준)에 오르는데 이어 '넷플릭스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 부문 3위(21일 기준)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2021.10.22 alice09@newspim.com |
"실감이 잘 안나요. 어느 정도의 성공이고 성과인지 가늠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냥 막연하게 기쁘고 행복한 거죠. 한국에서도 1000만 배우가 된 적이 없는데 전 세계 3위잖아요. 저한텐 잊을 수 없는 작품이죠(웃음). 이정도로 인기를 끌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OTT 넷플릭스가 가진 성향상 이런 장르를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큰 호응을 얻은 건 '오징어 게임'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진범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화려한 볼거리들이 많이 나오지만, 박희순은 "심리 액션이라고 해도 충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언더커버로 보면 심플한 구조에요. 하지만 전 '마이 네임'을 심리극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캐릭터의 심리를 따라가면 굉장히 복잡한 작품이거든요. 무진의 심리와 감정, 지우의 심리도 복잡하게 얽히고요. 그래서 '심리 액션'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예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재미가 두 배가 되지 않을까요? 하하."
작품에서 한소희 못지않게 극을 완벽하게 이끌어낸 배우가 바로 박희순이다. 절제된 감정으로 극악무도한 인물을 연기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의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기억에 남는 평이라고 하면…. '엄마 나 50대 아저씨 좋아해'라는 말이에요. 하하. 그 말이 너무 강렬했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저에겐 과찬이죠(웃음). 이제 50대를 맞이하면서 배우로서 욕심내지 않으려 하는데 쉽지는 않아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맡기려고 하죠. 무언가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고 흐름에 맡기려고 해요. 그래서 개그맨 박휘순이 아닌 배우 박희순으로 기억되고 싶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