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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해 서른 일곱살의 젊은 나이에 백만장자로 은퇴한 이른바 파이어족 케빈 로빈슨의 유년 시절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홀 어머니와 7남매로 이뤄진 필라델피아의 흑인 가정은 때때로 전기가 끊어지고 겨울철 혹한에도 난방이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가난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월세 집을 전전했던 그가 백만장자로 조기 은퇴한 데는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자린고비로 정평 날 정도의 근검 절약, 여기에 교육을 통한 자기계발 등 다수의 지렛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8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매체 마켓워치는 케빈이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운동을 알기 전 이미 개인적으로 조기 은퇴의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네 서점에서 경제와 경영, 부동산, 재테크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백만장자의 꿈을 향해 매진했다.
그가 가장 먼저 택한 것은 공부였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대규모 학자금 대출에 의지해 다트머스 대학의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 17만달러에 달하는 빚을 떠안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의 취업문을 뚫은 그는 허리띠를 졸라 매며 착실하게 부채를 상환한 한편 자산을 늘려갔다.
미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번듯한 직장을 얻었지만 1달러짜리 한 장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 "매달 500달러를 아끼면 1년동안 모을 수 있는 돈이 6000달러에요."
하지만 아끼는 것만으로 백만장자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부를 증식시킬 동력이 필요했다.
케빈이 택한 것은 부동산 임대 사업이다. IB 업계에서 일하며 알뜰살뜰 모은 자금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한 그는 2009년부터 본격적인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웨스트 필라델피아의 압류 주택을 현금 8만4800달러에 사들인 것이 케빈의 부동산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그는 때로는 독자적으로, 때로는 공동 투자자와 함께 압류 주택을 싼값에 매입하는 전략으로 100건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20대 초반부터 매입한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 단기간에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도 케빈에게는 커다란 기회를 제공했다.
팬데믹 초기 수 천만명에 달하는 실직자가 쏟아지면서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에도 한파가 확산됐기 때문.
지난해 그는 금융권의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여전히 부동산 임대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를 은퇴자로 분류한다.
"조기 은퇴는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 커다란 의미를 갖습니다. 처음부터 파이어족을 목표했던 건 시간적, 재정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였죠."
꿈을 이뤘지만 케빈은 검소한 라이프 스타일을 고집한다. 자가용 대신 버스를 이용하고, 고가의 여행 패키지 대신 동네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돈은 버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입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