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르포] "대목 왔는데"…노량진·가락시장 '초상집' 분위기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노량진시장, 제철·대목 맞이했는데 '한산'…"주말에 사둔 고기만 죽어 나가"
김장철 대목 맞이한 가락시장…"위드코로나 기대했는데 초상집 분위기"

[서울=뉴스핌] 지혜진·박성준 기자 =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1층 가판 앞에는 상인들 2~3명씩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시장은 1, 2층 판매장 면적이 8642㎡로, 축구장 1개 크기(7140㎡)보다 큰 규모지만 오후 4시쯤 시장을 찾은 손님은 겨우 10명이 넘는 수준이었다.

상인들은 '예년 같았으면 대방어도 지금 시간쯤 두세마리 팔아 치웠을 텐데' 푸념하며 몇 안 되는 손님이 행여 자기 가게의 물건을 찾을까 눈치를 살폈다.

◆제철·대목 맞이했는데 '한산'…"주말에 사둔 고기만 죽어 나가"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0일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시장에서는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516명까지 늘어났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외경. 2021.12.01 heyjin6700@newspim.com

위드코로나 전환으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허탈해했다. 일부 상인들은 위드코로나로 손님이 몰릴 것을 대비해 광어며 우럭이며 도미를 주문해 뒀는데 며칠째 팔리지 않아 가득 찬 수족관만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제철을 맞이한 대방어도 가판 위에 그대로 늘어져 있었다. 수족관에 너무 오래 있었는지 배를 까뒤집고 뻐끔뻐끔 숨을 몰아쉬는 생선들도 하나둘 생겨났다.

수산시장 경력 30년이라는 정연호(52) 씨는 "주말에 손님이 많이 올 줄 알고 주문을 잔뜩 해뒀는데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며 "오래된 생선은 건져서 매운탕거리로 파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가게 상인들도 표정이 어두웠다. 아예 손을 놓고 꾸벅꾸벅 졸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군데군데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눈에 띄었다. 상인들은 간혹 시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방어 한 번 보고 가라", "필요한 거 있음 보고 가라"며 말을 붙였다.

"시장 상인들은 매일매일 PCR(유전자증촉) 검사를 매일매일 받아야 합니다. 오늘 날짜의 음성 확인증을 받지 않은 사람은 서둘러 4층 선별진료소로 오셔서 검사받으시기 바랍니다." 시장에는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 대신 PCR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방송 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시장종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음성이 확인된 상인들은 모두 '11월30일 음성확인'이라는 초록색 스티커가 붙여진 동그란 배지를 달고 있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지난달 30일 한적한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2021.12.01 heyjin6700@newspim.com

손님이 뜸한 것도 문제지만 코로나19 검사도 상인들에겐 고역이다. 상인들은 매일같이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끼고 서류를 작성한 뒤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 상인은 콧속을 깊이 파고드는 PCR 검사용 면봉 때문에 '아이고' 소리를 내며 인상을 쓰고 한동안 코를 움켜쥐고 있다가 다시 가게로 되돌아갔다.

지하 1층 가공처리매장에서 사무직으로 일한다는 장민숙(40) 씨는 "사무 보는 일만 하는데도 매일같이 검사를 받아야 해서 괴롭다"면서도 "최근 시장 내 집단감염이 커지고 있는 게 더 걱정이라 검사는 꼬박꼬박 받는다"고 말했다.

오후 6시를 넘겨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2층의 회식당은 21곳 중 6곳이 확진자 발생 등의 이유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날 오후 7시까지도 한 가게에 다섯 테이블 이상 손님을 받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도 유명 연예인이 찾았다는 가게가 다섯 테이블을 겨우 넘겼고, 나머지는 한두 팀이 전부였다. 손님이 아예 없어 종업원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가게도 있었다. 식당 주인들은 "매년 이맘때면 12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어야 하는데"라며 가게 밖을 두리번거리며 손님을 찾았다.

아버지는 40년째, 자신은 6년째 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한다는 신동윤(38) 씨는 "우리는 지금 목숨 걸고 장사하는 거다"라며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라 그런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씨는 "위드코로나 시행하고 반짝 손님이 늘었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문 닫은 가게도 많고 사람들 발길도 뚝 끊겼다"며 "시장 집단감염이 커지면 노량진 시장에서 물건 납품받는 것조차 꺼리는 거래처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장철 대목 맞이한 가락시장…"위드코로나 기대했는데 초상집 분위기"

같은 시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김장철을 맞아 북적여야 할 채소 가게에 상인과 흥정하는 손님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배추를 옮기는 지게차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지난달 30일 인적이 뜸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모습. 2021.12.01 heyjin6700@newspim.com

작업장도 한산했다. 50포기가량 쌓여 묶음 포장된 배추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한쪽에는 시동이 꺼진 트럭이 10대 넘게 세워져 있었다. 도매상가에서 물량 하역 작업을 하는 용재호(59) 씨는 "전국적으로 장사가 안되니까 확실히 물량이 많지 않다"며 "도매시장도 코로나19 영향을 바로 받는다"고 귀띔했다.

작업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수산물 코너에는 각종 생선과 낙지 등이 수족관에서 헤엄치고 있었지만 구경하는 손님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각 상가 입구에 서 있는 상인들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찾는 거 없냐'며 '보고 가라'고 손짓했다.

차가운 날씨에 손님까지 없자 삼삼오오 모여 난롯불을 쬐는 상인들도 보였다. 그들은 난로 앞에서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한 상인은 아예 호객행위도 포기한 듯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입구 앞 의자에 앉아 천장만 응시했다. 수산시장에서는 헬멧을 쓴 상인 한 명만이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 앞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상인들 앞치마에 달린 '코로나19 예방접종'이라고 쓰인 배지가 눈에 띄었다. 가락시장은 지난달 2일 최초 확진자 발생 후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총 297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상인들은 PCR 검사를 받고 '음성인증' 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이미 줄어든 손님의 발길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상인 박성자(60) 씨는 "재작년에 비해 작년 매출이 줄었고 올해는 작년보다도 매출이 한참 더 떨어진다"며 "위드코로나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작년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문판균(55) 씨는 "우리는 자영업자 정부 지원금 대상이 아니라 그마저도 못 받았다"며 "한 달에 채워야 하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싸게 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도 손님 자체가 없으니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들도 적막한 시장 분위기에 당황한 반응이었다. 이날 시장을 찾은 김종수(59) 씨는 "집이 멀지 않고 대형마트보다 시장 분위기가 좋아서 가락시장 가끔 찾는데 시장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여기가 엄청 넓고 도매시장이 크게 있어서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손님이 확실히 없는 건 사실"이라며 "시장이면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까 어색하다"고 말했다.

 

heyji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광주도서관 현장 매몰자 추가 수습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붕괴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상태다. 11일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옥상 2층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안전 사고를 대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2025.12.11 bless4ya@newspim.com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1명이 이날 오후 2시 52분에 의식 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4시 1분을 기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후 2시 53분쯤 지하층에서는 또다른 작업자 1명이 구조물에 깔린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당국이 8시 13분쯤 잔해를 치우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나머지 2명은 실종 상태다. 건설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는 총 97명이며 사고를 당한 이들은 미장 및 철근, 배관 관련 작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대형 크레인 2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2마리, 열화상카메라, 드론 등을 활용해 나머지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밤샘 수색 작업에 대비해 한국전력의 협조를 구해 조명도 설치했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의 한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광주 서부소방서] 사고는 콘크리트 타설 중에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발생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단계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연면적 1만1640㎡,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총사업비는 516억원이다. 완공 시점은 내년 4월 13일까지였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2시 40분을 기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하고 철근이 집중돼 있어 구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less4ya@newspim.com 2025-12-11 21:26
사진
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