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GAM부장 =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중학생인 아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구글을 사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구글 주식을 사달란 얘기다. 주식 투자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논의는 미뤄두고 중학생이 참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종목 선정이 마음에 들었다. 구글을 포함해 애플, 아마존 등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은 밸류에이션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월가 투자은행(IB)들의 최신 보고서에서도 이들 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 의견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13일 "거시경제 환경이 불확실하고 재정 긴축이 시작되면 수익 마진이 높은 종목이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구글을 톱픽으로 제시했다. JP모간은 아마존, 모간스탠리는 애플을 꼽았다.
이러한 종목은 장기 투자에도 적합한 하이퀄러티 주식이다. 구글의 주가는 1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올랐다. 이제 중학생인 지인 아들이 구글 주식을 10년 보유한다면 나중에 사업 밑천이 될 수도 있다.
하이퀄러티 종목을 찾을 때는 '전체 시장 규모(TAM, Total Addressable Market)'를 따져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구글의 매출 모델은 광고 매출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제공하는 광고 솔루션이 다양할 뿐 아니라 중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걸 감안하면 구글의 TAM은 수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광고 시장이다.
에버코어 ISI의 마크 마하니 IT 전문 애널리스트는 "TAM 규모가 이처럼 막대한 건 아주 드문 일"이라며 "역사상 이만한 규모의 TAM을 가진 회사는 구글 외에 애플과 아마존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사 줘야지" 생각했던 아빠는 고민에 빠졌다. 너무나 탐나는 주식인데 3000달러에 육박하는 주가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구글은 나스닥 증권거래소에서 모회사인 알파벳(종목명 GOOGL)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다. 현재 주가는 14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2878.14달러, 우리 돈 약 340만원이다. 참고로 아마존은 현재 3381.83달러(약 400만원)이다.
그러나 방법이 생겼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규제를 완화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속속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점 거래를 이용하면 300만원이 넘는 구글이나 아마존 주식도 최소 1000원부터 매수할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 개장 시간과 상관없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과 달러가 아닌 원화 기준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존의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외에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향후 20개사 정도로 늘어날 예정이다.
MZ세대를 주축으로 했던 서학개미의 저변 확대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미국 주식을 사 주는 아빠들이 많이 늘어날 것도 같다. 그러고 보니 벌써부터 지인의 걱정 아닌 걱정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들내미가 내년 세뱃돈도 구글 주식으로 달라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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