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GAM부장 = 요즘 정치권을 비롯한 여기저기서 '내로남불'이란 말을 흔히 접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신조어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식으로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댐을 비꼬거나 비난할 때 주로 쓰인다.
일본어에도 이와 같은 말이 있다. '니마이지타(二枚舌)'다. 혀가 두 겹이라는 의미로 한입 갖고 두말 하거나 전후가 모순된 말을 함을 꼬집는 말이다. 내로남불과 그 의미와 쓰임새가 거의 같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로 니마이지타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1986년 4월 구소련(이하 러시아)의 체르노빌에서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은 사고 직후 그야말로 방사능 포비아 양상을 보이며 수선을 떨어댔다. 당시 아사히신문은 "8000㎞를 날아온 체르노빌의 방사능이 일본 전역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에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그 해 5월 도쿄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서는 원전 가동 국가는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국제적 책임이 있다며 "다른 나라가 요청하는 모든 정보를 즉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도 발표했다.
나아가 토양 오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일본 국민의 건강이 염려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체르노빌 인근 동유럽은 물론이고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전체를 대상으로 식품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러시아가 오염수 방류 문제를 꺼냈을 때는 "바다는 방사능 쓰레기장이 아니다"라며 절대 불가를 외쳤고, 결국 러시아는 오염수 방류를 포기했다.
그랬던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된다" "기준치 이하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며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지난 4월 참석했던 한일 언론 포럼 자리에서 일본의 한 선배 기자가 국민적 합의나 인접 국가의 이해와 동의를 무시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없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다.
일본 정부가 이러한 독선과 이율배반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니마이지타가 됐든 내로남불이 됐든 일본은 국제적 비난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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