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9억 초과시 중도금대출 보증 불가
보증금 사고에 따른 수요자 피해 우려...변화 필요
대출규제 통한 유동성 조절·청약시장 과열 변수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 기준이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아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분양가 9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고가주택 기준에 따른 것으로 최근 집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고가주택 기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부과 기준도 변경된 만큼 이에 맞춰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집값 상승 여파" 3년간 보증 불가 주택 2배 이상 증가
27일 국회와 HUG에 따르면 집값 상승으로 최근 중도금대출 보증 불가 판정을 받는 주택 가구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최근 3년간 HUG의 중도금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는 단지 가구수가 2배 이상 늘었다.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는 전국의 주택 가구수는 2017년 2620가구였으나 지난해에는 6103가구로 크게 늘었다. 서울에서도 같은 기간 1927가구에서 4553가구로 배 이상 증가했다.
중도금대출 보증 불가 판정을 받는 주택 가구수가 늘어난 데에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인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1월 4억5961만원이었으나 11월 5억4954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실시된 3기신도시 3차 사전청약에서 과천주암 전용면적 84㎡는 추정분양가가 9억원에 육박하는 8억8460만원을 기록했다. 추정분양가여서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본청약에서 9억원을 초과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중도금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할 경우 분양 사고 발생시 피해가 고스란히 수요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담 탓에 실수요자들로서는 9억원 이상 분양가 아파트에 대한 청약을 주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자금 마련의 여유가 있는 현금부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 제각각인 고가주택 기준...시장 상황에 맞춰 변경해야
다른 규제들과 비교해 중도금대출 보증 기준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 만큼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중도금대출 보증 기준은 지난 2016년에 설정됐는데 기준선인 9억원은 2008년에 양도세와 종부세 부과 기준으로 마련됐다.
13년전에 만들어진 기준이고 최근 집값 상승으로 9억원을 넘어서는 고가주택이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종부세와 양도세 부과기준도 각각 공시가격과 시세 기준 9억원이던 것을 11억원과 12억원으로 올렸고 중개보수 고가주택 기준도 시세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분양가/매매가 9억 이상 중도금/아파트 대출 제한에 대해 기준 상향필요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억원, 새아파트 분양가는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많아졌다"면서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되는 아파트 단지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면서 중도 대출금과 대출 보증 제한 기준 상향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집값 상승등의 영향으로 분양가 역시 크게 오른만큼 시장 상황에 맞춰 보증 기준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규제로 정부에서 유동성을 조절하고 있는 데다 자칫 청약시장으로 쏠림을 부추길 수 있어 실제 보증 기준 상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신규 분양주택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분양가가 오른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증 기준을 상향하거나 가격대별 보증 규모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시장 여건에 맞춰 보증 불가로 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 상승으로 분양가도 상승해 큰 틀에서 보증 기준을 올리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청약시장 과열을 일으킬 수 있고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변수가 있는 만큼 당국에서 실제 기준 상향까지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