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다주택자 세제 변경 없다"…양도세 중과 '그대로'
투기성 없는 다주택자 '억울'…"부당한 세금 재검토" 촉구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1. 서울·대전에 집이 1채씩 있는 주말부부 A·B씨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대해 불만이 높다. 이들은 집 1곳에만 살면 둘 중 한 사람이 출퇴근으로 하루에 5시간 이상 써야 한다. 1가구 2주택이지만 2채 모두 실거주용인 것이다. 그런데 집 2곳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에 있어서 나중에 1채를 팔 경우 양도세가 중과된다.
#2. C씨는 몇 년 전 분양받은 재개발 아파트가 완공이 늦어지자 불가피하게 집 1채를 더 구했다. 아파트 완공 후에는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라 이사하기 어려워서 전세입자를 받았다. 그런데 전세기간 중 임대차 3법이 통과됐다. C씨가 실거주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세입자는 막무가내로 계약 연장을 주장하고 연락을 끊었다. C씨는 내년까지 이 집을 팔지 않으면 양도세가 중과된다.
#3. D씨는 서울 대학가에 30가구 짜리 다세대주택을 임대로 운영하고 있다. 세법에서 다세대주택은 1가구당 주택 1채로 보기 때문에 D씨는 집 30채를 가진 다주택자인 것이다. D씨는 이 집을 통째로 팔고 싶지만 양도세가 걱정이다. 1채만 비과세 혜택이 가능하고, 나머지 29가구는 모두 양도세 중과가 돼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1.12.22 yooksa@newspim.com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불가하다"고 밝혀 실수요자 성격이 강한 다주택자들이 피해를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외관상으로는 다주택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실거주 목적에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려면 투자 목적 뿐만 아니라 실거주 성격이 강한 다주택자들에게도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 홍남기 "다주택자 세제 변경 없다" 선긋기…양도세 완화 기대 '물거품'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실수요자 성격이 강한 다주택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에 대해 "세제 변경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와 1주택자 보유세 인하를 정부에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재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비싸서 팔기 어렵다. 지난 6월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은 20~30%포인트(p)로 올랐다. 그 전에는 조정지역 내 2주택자, 3주택자의 양도세율이 기본세율(6~45%)에 10%p, 20%p씩 더해졌다. 그런데 지난 6월 1일부터 중과세율이 기존보다 10%p씩 더 오른 것.
예컨대 조정지역 3주택 이상자가 소득세 최고세율 45%에 걸리고 양도세율 30%p 중과도 받으면 세율은 75%까지 치솟는다. 여기에 지방세 10%인 7.5%까지 더하면 세율은 최고 82.5%가 된다. 양도차익이 11억원이라면 세금을 다 떼고 2억원도 채 안 남게 된다.
일각에서는 양도세 중과로 양도세율이 20~30%p 올라가면 세금이 20~30%만 늘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면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받을 수 없어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0.12.14 sungsoo@newspim.com |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을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보유 햇수에 따라 양도차익 중 일정 부분을 공제해주는 혜택이다. 양도세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꼽힌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 가격이 12억원 이하면 비과세 대상이다. 반면 양도 가격이 12억원을 넘으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에서 기본공제(1인당 연 250만원), 장특공제를 빼 과세표준을 산출하고, 여기에 6~45%의 세율을 곱해 양도세를 계산한다. 이 법은 지난 8일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를 받으면 장특공제를 받을 수 없어서 과세표준이 훌쩍 올라간다. 여기다 세율까지 20~30%p 오르니 이중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12.03 sungsoo@newspim.com |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제공한 시뮬레이션을 보면 2주택자 양도차익이 14억5500만원인 경우 양도세 중과가 없으면(기본세율) 세금은 5억300만원이다. 보유 기간은 10년이라고 가정했다.
만약 양도세 10%p 중과가 붙으면 세금은 8억682만원으로 3억원 넘게 늘어난다. 20%p가 중과되면 9억6659만원으로 1억6000만원 가량 더 커진다. 20%p 중과세율을 받으면 기본세율일 때보다 세금이 무려 4억6000만원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나선 이유다.
◆ 주말부부 등 실거주목적 다주택자 '억울'…"양도세 완화로 퇴로 열어야"
하지만 시장에는 '원치 않게' 다주택자가 된 경우도 많다. 부부가 직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평일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려고 각자 직장 근처에 집을 구매한 경우, 또는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지 않아서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또한 노후대비 수단으로 대학가에 다세대주택을 임대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소유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해당 다세대주택을 통으로 매각할 때 1채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가 양도세 중과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임대인은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 역할을 해준다고 볼 수 있다. 주택 '투기꾼'으로 몰려서 징벌적 세금을 부과받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부당한 부동산 세금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정부가 다양한 사례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다주택자에 양도세를 중과해 실거주자, 또는 공급자 성격의 다주택자들도 '세금 폭탄' 대상이 돼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자료=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2021.12.23 sungsoo@newspim.com |
한 청원인은 "자차 출퇴근에 5시간 이상 소요돼서 양쪽 도시에 실거주로 집을 두고 사는 부부가 일반적인 1가구 2주택 양도세를 동일하게 책정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부 중 누군가가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사회 일꾼으로 잘 쓰일 수 있도록 세금 조건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경감에 대해 검토 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른 청원인은 "법과 현실의 괴리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 선량한 소형 주택임대 사업자에게 엄청난 불이익으로 다가온다"며 "현실에서는 다세대주택 건물을 통으로 매매하는데, 법적으로는 마치 세대 수만큼 주택을 거래한 것처럼 돼버려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려면 투자 목적 뿐만 아니라 실거주 성격이 강한 다주택자들에게도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지 않으면 다주택자들이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해 시장 매물이 점점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춘욱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는 "다주택자가 전부 투기 목적만 있는 게 아니라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주택을 여러 채 갖게 된 경우도 많다"며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려면 이처럼 실거주 성격이 강한 다주택자들에게도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서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한 시점에서는 높은 양도세를 감수하면서 보유주택을 매도하기보다는 증여 등을 선택하게 된다"며 "따라서 시장 거래를 촉진시키려면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는 정도가 아니라, 양도세를 낮추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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