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사고·대위변제 금액 역대 최고치 1년만에 경신
보증 가입자수 증가·깡통전세 영향
관리감독 소홀 문제도 지적돼...보증 심사 강화 필요성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전셋값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세보증 사고건수와 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임차인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임차인들의 보증 수요 증가에 따른 보증 가입건수가 증가한만큼 사고건수도 자연스럽게 늘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갭투자에 나선 임대인들이 보증금 반환에 실패한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고 심지어 보증을 관리해야 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관리 소홀 정황도 드러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HUG는 전세보증 사고가 늘어나자 사전·사후 대응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심사 과정을 강화하는 내용은 충분치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세보증사고 금액 5000억원 돌파...한 달 남겨두고 역대 최고기록 경신
14일 HUG에 따르면 올해 전세보증과 대위변제 사고 건수와 금액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11월까지 전세보증사고는 2473건 발생했고 사고금액은 50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2408건에 4682억원을 넘어선 기록이다. 아직 12월 통계가 집계되지 않아 사고 규모는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HUG가 임대인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는 대위변제의 금액 규모도 최고기록을 새로 썼다. 올해 2230건에 4489억원의 대위변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266건·4415억원보다 건수는 적었으나 대위변제 금액은 지난해 기록을 넘어선 것.
보증사고가 늘어난 데에는 보증가입 건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고 건수도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4년간 전세보증 가입건수를 보면 2018년에 8만9351건이었으나 이듬해에 15만6095건으로 2배 가까이 뛰었고 올해는 21만1723건이 접수됐다.
화곡동 세모녀 사건 등 전세사기 사건등이 부각된데다 전셋값·집값 상승도 맞물리면서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수요자들의 인식이 커짐에 따라 전세보증 가입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가입자 중에서 갭투자를 한 임대인 소유의 물량들 중에서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깡통전세로 전락하면서 보증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HUG 관계자는 "최근 전세보증사고가 증가한 것은 보증사고 증가로 인해 임차인들의 보증가입 건수가 증가하면서 사고 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HUG 관리 소홀 정황까지...심사 강화 방안 마련해야
전세보증 사고와 대위변제의 증가 원인에는 HUG의 보증보험 관리부실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보증 발급 전 HUG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에 대한 심사과정을 소홀히 하면서 손실을 키우거나 대위변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 5월까지 심사과정에서 착오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낸 임대인 44명의 소유주택 80건에 대해 추가 보증 발급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서 추가 미반환 사고가 발생해 2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10억원만 돌려받은 상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통해 전세금을 대신 갚아준 전세물에 대해 회수절차를 진행한 건수는 339건으로 전액 회수한 경우는 105건에 그쳤다.
HUG 관계자는 "대위변제된 보증금을 회수받으려면 해당 사안의 내용을 파악하고 권리분석이나 임차인 대항력 문제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전세보증 사고가 증가하자 HUG는 지난 11월에 '전세사기 비상대응 계획'을 수립하며 대응책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으로는 ▲전세사기 예방센터 설치 ▲형사자문위원회 구성 ▲악성임대인 신상 공개 등이 포함됐다.
전세사기 예방센터를 내년 3월에 열 계획으로 현재 막판 조율 작업에 들어갔다. 예방센터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전세사기 유형·전세보증 가입 절차·주택가격·부동산 등기부등본 확인법 등의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형사자문위원회는 최근 설치돼 경찰 수사 중인 악성채무자 9명에 대해 고소·고발 절차에 들어갔다. 악성임대인 신상 공개는 현재 관련 법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HUG가 내놓은 조치들이 일부 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증 심사 절차에서 문제가 될만한 전세는 걸러내는데 있다고 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처벌을 강화하거나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등도 효과가 있겠지만 애초부터 사기성 짙은 거래를 심사 과정에서 잡아내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보증비율을 조정하거나 심사를 엄격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험 상품은 시장 상황에 따라 계리를 통해 요율 조정등을 거친다"며 "전셋값 상승이나 갭투자 요인도 있지만 사전에 계리 조정등을 충실히 하지 않은 것도 보증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