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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 30주년] "우리의 역사가 곧 진실이자 정의"(종합)

기사입력 : 2022년01월05일 16:24

최종수정 : 2022년01월05일 16:25

1992년 1월 첫 시작 이래 어느덧 30주년
사죄 없는 일본 정부에 "끝까지 외치겠다"
보수단체 맞불집회 열려 "소녀상 철거해야"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3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은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인정과 사죄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의기억연대는 5일 오후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수요시위 30주년 기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천525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이날 시위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반성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기막힌 세월, 경의로운 여정, 믿기지 않는 시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30년 시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사죄는커녕 퇴행만 거듭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냐"며 "역사를 지우고 피해자들을 모욕하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와 설치방해를 노골적으로 감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확장된 역사 부정 세력은 진실의 함정을 부정과 왜곡의 언어로 훼손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해결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변함없이 이 곳 평화로에서 서서 외치겠다"고 외쳤다. 이 이사장의 발언에 참석자들은 위안부 피해자의 영혼을 상징하는 노란나비 피켓을 흔들었다.

시위에 참석하지 못한 피해 생존자 할머니들은 영상을 통해 30주년 소회를 밝혔다.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에서는 우리를 강제로 끌고 가서 고생시킨 적이 없다고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라는 것. 그게 반성"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30년이나 집회에 참석해주셨다시피 제가 유엔 고문방지협약으로 가는 것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30주년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525차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2.01.05 kimkim@newspim.com

일본 정부의 사죄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동덕여대에 재학 중인 임정아 씨는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일본군 성노예제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진상규명과 공식 사죄를 끝임없이 외치며 정의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저 너머의 역사를 부정하고 터무니없이 자신들의 이익만 고집하는 세력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있다"며 "우리의 아랑곳하지 않는 움직임으로 시종일관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수동적인 태도로 임하는 한국 정부도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역사에 무너질 것"이라고 외쳤다.

◆ 보수단체도 집회 "위안부 문제는 사기"

이날 수요시위가 열린 현장 맞은 편에는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반일동상 진실규명 공대위는 '위안부 동상 철거, 수요집회 중단, 정의연 해체'라고 쓰여진 현수막과 피켓을 내걸고 "권력과 언론, 대한민국의 모든 제도권을 장악한 거짓날조 세력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보수단체인 위안부폐지국민행동은 '가짜 위안부 이용수를 처벌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차량무대를 설치하고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사기"라며 소녀상 철거와 정의연 해제를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마이크와 확성기를 통해 수요시위를 방해하자 정의연 회원들은 맞불집회장을 찾아가 항의를 하기도 했다. 경찰의 제지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한동안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일었다.

경찰은 정의연과 보수단체들 간 물리적 충돌을 대비해 150명 규모의 3개 부대 배치했다. 소녀상 주위에는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집회 장소 인근에는 펜스를 세웠다.

집회를 마친 수요시위 참석자들은 '일본정부는 공식 사죄하라', '우리가 있는 한 일본의 만행은 지워지지 않는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외교부를 향해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와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보수성향 단체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의기억연대 해체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2.01.05 filter@newspim.com

한편 정의연 등 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수요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욕설과 혐오 발언 등을 국가공권력이 방치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네트워크는 "극우단체들은 '수요시위를 영원히 없애버리겠다'면서 1년 이상 협박을 지속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 인권침해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역사부정과 왜곡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경찰은 적극적 제지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평등, 인권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 가치조차 훼손하는 자들을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로 보호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며 "이런 반인권적 상태와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부작위를 국가인권위가 시급하게 나서 해결해주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평화로는 정의연이 지난 30년간 수요시위를 이어온 곳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후원금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보수성향 단체인 진보연대가 정의연 해체를 주장하며 이 곳에서 맞불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보수단체의) 성희롱 행위가 심각하고 우리의 말을 덮을 정도로 소음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집회, 시위가 아닌 수요시위 자체를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위이다. 그 안에서 나오는 언어는 차마 표현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맞춰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 명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연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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