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회장에게 금괴 절반 넘겼다는 처음 주장과 달라
여동생, 처제 남편 등 수사 이어질 듯
재무팀 직원들 "이씨 지시로 잔고증명서 위조" 진술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2215억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 씨가 당초 주장대로 '윗선'의 지시가 아닌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다만 경찰은 이씨의 가족을 비롯해 오스템임플란트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공범 여부를 규명할 예정이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전날인 14일 이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경찰이 14일 오전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직원 이모씨를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2022.01.14 heyjin6700@newspim.com |
이씨는 체포 당시 입었던 파란 외투의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단독범행인가', '가족들 공모 정말 몰랐나', 'PDF 편집 조작 윗선 지시 진술했는데 사실인지', '아버지 소식이 진술 번복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호송 차량에 올라탔다.
그러나 강서경찰서는 "이씨가 경찰 조사에서 단독 범행이라고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씨가 그동안 조사에서 진술해온 것과 정반대의 주장이다. 앞서 이씨는 횡령 자금으로 산 금괴의 절반가량을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에게 전달했으며,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즉각 입장문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씨의 진술과는 별개로 경찰의 공범 여부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씨의 아버지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장례식으로 잠시 중단됐던 이씨 가족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예정이다. 경찰은 이씨의 아내와 처제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이들에 대해 횡령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여동생과 처제 남편도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또 지난 12일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오스템임플란트 본사를 5시간에 걸쳐 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도 남아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잔고증명서, 입출금 내역서 등 자금 관련 서류를 집중적으로 확보했다. 아울러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 CC(폐쇄회로)TV 영상 등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씨가 소속된 재무팀 직원 등 회사 관계자 5명의 참고인 조사를 한 결과 이들은 이씨가 지시해 PDF 편집 프로그램으로 잔액을 바꾸는 등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수사가 회사 임원진인 최 회장과 엄태관 대표이사까지 확장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최 회장과 엄 대표이사를 횡령 및 자본시장법(시세조종)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당초 "회장에게 금괴의 절반가량을 넘겼다"는 이씨의 진술과 달리 금괴가 모두 이씨 등 가족들 주거지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윗선 지시 여부를 규명해야 하는 것은 향후 수사에서 밝혀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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