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안 다르지만 '교통여건 개선' 맥락 동일
막연한 기대감 키워 표심잡기…투심 자극 우려
"지방투자 더하겠다" 이 후보 대안, 한정된 예산 외면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나란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두 배 이상 늘리는 공약을 내놨다. 수도권 외곽의 교통여건을 개선한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결국 집값 상승을 기원하는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한 '묻지마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집중과 집값 급등을 피할 수 있다는 후보들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도 포퓰리즘에 가까운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GTX A·C 노선 연장, D·E·F 노선 신설안. [자료=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
◆ 타다성 조사·경제성 분석 없어 실현 가능성 '불투명'…부동산 투심 자극 우려
24일 이 후보는 정부가 추진 중인 GTX-A·C·D 노선을 연장(GTX 플러스 노선)하는 동시에 E·F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의 경기도 공약을 발표했다. A노선을 동탄에서 평택으로, C노선을 오산·평택에서 동두천으로 연장한다는 구상이다. D노선은 경기도안인 하남 연장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E(인천공항~강남~구리~포천), F(파주~광화문~잠실~여주) 노선을 추가했다.
윤석열 후보는 D노선을 강남에서 여주까지 추가로 연결하고, 수도권을 가르지르는 E 노선(인천 검암~김포공항~구리~남양주)과 순환선인 F 노선(고양~안산~수원~성남~의정부) 구상안을 내놨다. A·C 노선은 이 후보안과 거의 같다. 두 후보의 GTX 건설안은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GTX를 두 배 이상 확충해 교통여건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공약은 선거철을 맞아 내놓은 표심 잡기식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선별 수요예측을 비롯한 타당성 조사나 경제성 분석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한다 해도 이러한 분석 없이 실제 사업이 추진될 수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을 알기 어려운 사업을 기반으로 지역 내 막연한 기대감을 키우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약 남발이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GTX발 집값 급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인덕원, 의왕 등 지난해 GTX 건설 영향으로 급등한 지역은 실제 사업 추진여부를 놓고 시장이 들썩인 데 비해 두 후보가 낸 공약에서 거론된 지역은 실제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표심을 잡기 위해 무책임하게 공약을 남발해 서민들이 가장 민감한 집값을 또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재원 조달방안이 빠졌다는 점에서도 섣부른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공약 발표에서 "GTX처럼 대규모 예산이 투자되는 사업은 대개 민자사업이 많아 사업성만 확보되면 재정 부담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현실을 외면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GTX-A 노선의 경우 전체 사업비 2조9000억원 가운데 국비와 지방비가 각각 약 1조원, 4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민간투자비로는 절반 가량인 1조4000억원을 조달했다. 수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절반가량의 재원을 민간에서 유치한다 해도 나머지는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정부예산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는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GTX A·C·D 노선 연장, E·F 노선 신설안 [자료=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
◆ 절반은 세금인데, 이 후보 "사업성 확보되면 재원문제 없어" 현실 외면…"차라리 행정구역 늘려라"
GTX를 무조건 늘리면 서울 집중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도 우려 요인이다. 이 후보는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지방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어디에 얼만큼 늘려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 방법론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정주여건이 가장 좋은 수도권을 잇는 급행열차를 만들면 인구집중 속도가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철도와 역사를 개발하고 주변지역을 개발하지 않으면 오히려 세금낭비라는 측면에서도 주택공급이 늘고 교통문제가 해결된 지역으로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표심을 얻기 위해 체계적인 분석 없이 집값을 자극하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 시장 안정에 악영향을 준다"며 "현재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할 필요는 있겠지만 인구집중을 심화시키는 것도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GTX 확대는 철도건설을 통해 서울집중을 막겠다는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배치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GTX-D 노선을 김포~부천(김부선)으로 정하고 강남 직결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비수도권 광역철도를 대거 반영, 비수도권 신규사업은 3차 철도망계획 당시 1개 대비 11개로 10배 이상 늘었다. 예산 역시 5000억원에서 12조1000억원으로 25배 가까이 늘었다.
당시 정부는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투입할지를 놓고 균형발전을 위한 예산투입을 결정한 셈이다. 당시 국토부는 전년 대비 예산을 늘리기 위해 기재부를 어렵게 설득했지만 원하는 만큼 늘리지는 못했다. 이 후보가 현재 계획의 두 배 이상의 GTX를 늘리면서도 지방에 더 많이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예산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을 원하는 욕망을 다 들어주겠다면 차라리 행정구역을 늘려버리는 게 낫지 않나 싶을만큼 포퓰리즘에 가까운 공약이 남발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사업과 정책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정확한 수요조사 등이 뒷받침되는 발표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