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최초로 시행...확산 모델 마련 예정
대상자 발굴 위해 '퇴원환자 연계사업' 진행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지난해 대구의 한 20대 청년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가난한 청년이 오롯이 짊어져야 했던 간병 부담과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서대문구와 보건복지부는 이같이 위기 징후가 있는 가족돌봄청소년(영 케어러·young carer)을 선제적으로 발굴·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서대문구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진행되며 이를 바탕으로 확산 모델을 마련할 전망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2022.02.17 giveit90@newspim.com |
영 케어러는 가족의 가장으로 생계·가사의 책임을 질뿐 아니라 의료수발 및 의료 비용 마련의 어려움으로 학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서대문구는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 케어러를 직접 발굴해 촘촘한 복지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영국, 호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장애, 정신·신체 질병, 약물 등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돌봄자를 '영 케어러'로 부르며 수당 등 각종 복지를 지원하고 있다.
구는 앞서 지난해 11월 자체 계획을 수립하고 12월에 '가족 돌봄 청소년·청년 발굴 조사'를 긴급 실시했다.
'보건복지부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시스템'을 활용해 관내 9~24세 가구원이 있는 지역 내 위기 징후 가구(단전, 단수 단가스, 월세체납, 금융연체 등) 1071세대를 추출했다. 전화와 우편 등을 활용한 비대면 조사를 통해 위기 상황에 있는 35가구를 발굴하고 심층 상담과 서비스 연계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맞춤형급여(공적급여) 5건 ▲공공서비스(복지바우처, 돌봄서비스 등) 18건 ▲민간서비스(복지관, 현물서비스 연계) 27건 ▲후원금 연계(100가정 보듬기) 3건 등 총 53건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
구는 단계별 지원이 가능도록 '보건·복지 통합 서비스 상담 매뉴얼'도 자체 제작했다. 응급 상황에 따라 즉시 지원 가능한 공적 제도를 우선 연계한 뒤 민간 자원을 통해서도 가구별 상황에 맞는 서비스가 적시에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영 케어러 발굴을 위해 세브란스 병원, 동신병원 등과 '퇴원환자 연계사업'을 운영한다. 의료기관에서 의료받은 대상자(퇴원환자)에 대해 돌봄 SOS 신청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장기적 복지지원 제도 상담을 실시한다. 돌봄지원 체계 강화를 위해 종합병원 5곳에서 일반병원 및 요양병원까지 협력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는 중고생, 학교 밖 청소년, 대학생, 일하는 청년(34세까지)을 대상으로 현황 조사를 실시해 가족 돌봄 청년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2022.02.17 giveit90@newspim.com |
기존 복지제도를 연계해 맞춤형 지원을 즉시 실시하고 '가사간병서비스'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의 특례 시범사업도 운영한다. 마을 변호사와 행정사를 연계해 법률 및 행정 사항에 대한 부담도 덜어준다.
구는 영 케어러를 위한 실태조사와 관리방안 마련, 지원 예산 편성, 맞춤형 보건복지 서비스 시행 등의 내용을 담은 '서대문구 조례'를 올 5월 중 제정할 방침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시범 사업으로 인한 별도 예산 편성은 필요하지 않고, 기존의 복지서비스 예산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웃과 후원자가 1:1 결연해 최소 1년 이상 매월 10~50만원 후원금을 지급하는 100가정 보듬기 사업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돌봄 청소년과 청년 지원이 전국으로 원활히 확산될 수 있도록 시범사업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구 자체적으로도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규 정책들을 적극 개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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