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금융불균형…금리인상 필요성 여전
"지난 8년 통방회의 총 76회…쉬운결정 없어"
중앙은행 역할·국제기구 협력 중요성도 언급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이달 말 퇴임을 앞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마지막까지 '통화완화 축소'와 '금리인상'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열 총재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송별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 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인상이라는 것이 경제주체들에게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인기없는 정책이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함은 과거 정책운용의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얻은 교훈이다"고 강조했다.이 총재는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달 말 한은을 떠난다. 이 총재는 43년을 근무한 최장수 한은맨이자, 박근혜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으로 연임에 성공한 첫 사례기도 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2.03.23 hkj77@hanmail.net |
이 총재는 지난 8년간 '다사다난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취임 보름 만에 세월호 참사를 겪었으며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 미·중 무역갈등에다 일본 수출규제, 그리고 코로나 위기에 이어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기간 동안 제가 주재한 금통위 회의를 세어보니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만 총 76회였다"며 "이중 고심 없이 쉽게 이루어진 결정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정확한 경제상황 진단과 전망에 기초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높은 불확실성 하에서, 더욱이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사건들이 빈발하다 보니 적시에 정책을 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높아지는 중앙은행의 기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 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요구가 과도할 경우 중앙은행의 기본책무인 물가안정이나 금융안정을 지키기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양극화, 불평등, 환경 파괴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디까지 닿아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 중앙은행, 국제기구와 협력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세계경제가 워낙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국제공조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며 "우리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위상도 높아진 만큼 그에 상응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 총재로서 BIS 이사직 수임도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와 한국은행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선진 중앙은행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협력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떠나는 자리에서 그저 덕담만 나누기에는 우리 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며 이를 뒤로 한 채 떠나게 되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며 "그러나 후임 총재와 한국은행 임직원들이 이러한 어려운 경제상황에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