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국이 외교통상부 출범 우려' 보도 정면 반박
"사실 아니다…美, 통상부처 소관 선호 없다고 알려와"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통상기능 이관을 둘러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갈등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며 격화하고 있다.
외교부는 29일 밤 11시 10분께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미국 정부가 '외교통상부' 출범을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산업부를 겨냥해 새 정부 조직 개편에서 통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 정부 입장까지 왜곡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2022.03.15 yooksa@newspim.com |
외교부는 "우리 국익과 국격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소위 타국 정부 '입장'으로 왜곡하여 국내 정부 조직 개편 관련 논리로 활용하려는 국내부처의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을 등에 업고 국내 정부 조직 개편 논의에서 이기려는 행태를 보이면서 과연 앞으로 타국을 상대로 떳떳하게 우리 국익에 기반한 교섭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부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통상기능 이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산업부를 겨냥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확인 결과 미측은 한국의 정부조직 관련 사항은 오롯이 한국측이 결정할 내정 사안으로, 통상 기능을 어느 부처가 소관하는지에 대한 선호가 없다는 요지의 분명한 입장을 알려왔다"며 "우리의 정부 조직 형태가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략에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될 우려가 있다는 등 우리의 대미(對美)/대중(對中) 외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 국내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로서는 외교·안보·경제통상 등 대외정책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날 <미국, 韓 정부에 '외교통상부' 출범 반대의사 전달했다>는 기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지난 14~18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한국 정부·국회 대표단 측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이달 중순 산업부가 가진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한국 담당 고위급 외교 인사가 한국의 통상교섭 기능의 외교부 이관에 우려한다는 뜻을 구두로 전달했다"며 미국이 외교부 이관에 반대하는 이유는 반중 경제안보 동맹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구상에 차질이 생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후 한국에서 해당 발언을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오는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교섭 기능을 되찾아오려는 외교부와 이를 사수하려는 산업부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나온 기사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 고위관료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내정간섭에 해당한다"며 "산업부로서도 미국 측이 외교부를 반대하고 산업부를 선호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출범 이래 외교부가 통상기능을 갖지 못한 기간은 지난 9년에 불과하다"며 "경제안보가 중요한 시기에 외국과의 교섭에서 외교부에서 통상기능을 배제하는 것은 국익을 지키는 사선에서 손발을 묶어놓고 싸우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역설했다.
산업부는 외교부 입장이 나오기 전 한국경제 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고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산업부는 "지난 3월 15일 한미 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한국의 정부·국회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미국 정부 관계자가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 우리 새 정부의 통상조직 관련 의견을 전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여러 부처가 분담해온 통상 업무를 일원화한다는 취지에서 외무부를 외교통상부로 개편하고 통상교섭본부를 신설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다시 통상교섭본부를 산업부로 넘겨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 체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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