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해군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군사법원 1심 징역형 선고...2심 '무죄'
대법, 대령 A씨 '파기 환송'·소령 B씨 '무죄' 인정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성소수자인 여성 부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대령에게 군사법원이 내린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은 31일 군인 등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군 대령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0년 12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부하 B씨를 숙소로 불러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직속상관인 C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밝히고 본인이 성소수자임을 밝혔고, A씨는 B씨에게 상담을 빌미로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 1심은 지난 2018년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으나 2심 고등군사법원은 이를 뒤집어 무죄 판결했다.
2심은 "7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피해자의 기억에만 의지해 진술한 것이어서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강간죄 구성 요건인 폭행 협박이 동반되지 않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해군 소령 C씨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군인 등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해군 소령 C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C씨는 지난 2010년 9~11월 같은 부대에 중위로 임관한 부하 여군 B씨를 10회에 걸쳐 강제 추행하고 2차례 폭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 1심은 C씨에게 A씨와 마찬가지로 징역 10년을 선고했으나 2심 고등군사법원은 무죄로 인정했다.
2심은 "범행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수 없고 C씨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을 해 피해자를 추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제 추행이 인정되지 않고 강간의 수단이 되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A씨 사건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피고인, 피해자의 관계, 진술 등이 서로 다르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은 대법원에 3년 넘게 계류돼 여성·시민단체의 대법원 선고와 파기 환송 촉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지난해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UN 인권이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