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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30% 인하 '언발에 오줌누기'…전면 손질해야

기사입력 : 2022년04월03일 06:00

최종수정 : 2022년04월03일 07:54

정부, 이달 5일 유류세 인하 방안 발표
인하폭 20%→30% 확대해도 82원 하락
연간 세수 24조…환급금·보조금 6~7조
유류세 폐지 주장도…전면 손질 필요성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법정 한도인 최대 30%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유류세 인하폭은 최대 30%내에서 조정 가능하다. 다만 1990년대 유류세 도입 이후 최대 인하폭은 20%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으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가 '울며 겨자먹기식'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일시적 유류세 인하가 서민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주는데 필요한 조치라고 동의하면서도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가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유류세 인하폭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시적으로 내렸던 유류세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에 대한 불신만 더욱 쌓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정부, 유류세 인하폭 확대 여부 내달 5일 발표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달 5일 열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폭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유류세를 법정 최대 인하폭인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이 검토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1일 열린 비상경제 중대본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막바지 점검 중"이라면서 "할당관세 적용 품목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내달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금천구 알뜰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유류세 인하가 적용된 가격으로 주유를 하고 있다.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지방세(주행세), 교육세 등 유류세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리터(ℓ)당 휘발유 164원, 경유 116원, LPG부탄 40원씩 인하하는 방침이 최종 확정됐다. 이달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간 시행된다. 2021.11.12 kilroy023@newspim.com

앞서 정부는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자 지난 11월 중순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기름(휘발유, 경유, LPG 부탄)에 붙는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초에는 유류세 인하 시한을 7월까지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정부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등 꺽일 기미를 보이자 않자 유류세 인하폭을 법적 최대 한도인 30%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유류세 인하폭은 최대 30% 내에서 조정 가능하다. 다만 유류세 도입 이후 지금껏 유류세 인하폭을 20% 이상으로 확대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정부는 리터(ℓ)당 휘발유가 약 820원(교통세 529원+주행세 138원+교육세 79원+부가가치세 10%), 경유가 약 581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이 약 203원의 유류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류세는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정유사들이 국세청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만약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면 리터당 휘발유 유류세는 164원에서 246원으로 82원 올라간다. 즉 소비자들은 리터당 휘발유 유류세 820원 중 246원을 감면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경유는 116원에서 174원으로 58원, LPG 부탄은 40원에서 61원으로 21원 인하 여력이 생긴다.    

◆ 전문가들 "유류세 인하폭 확대 공감…제도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확대 조치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1980~1990년대 차량을 소유한 고소득자들을 상대로 세금을 걷기 위해 만들어진 세금이 현재는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한국 정부가 기름값에 부과하는 유류세는 선진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휘발유 가격이 1400~1500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름값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까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대비 132.8원이 오른 리터당 1994.4원을 나타냈다.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92.5원 상승한 1902.5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휘발유 리터당 2069원, 경유 리터당 2029원을 기록한 23일 서울의 한 주유소의 모습. 2022.03.23 kilroy023@newspim.com

여러 주장 사이에서 유류세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 전면 개편도 가능하다고는 보는데, 환경 문제 등을 고려했을때 유류세 자체를 없애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면서 "유류세 인하폭 추가 확대나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미세 조정할 필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유류세로 거둬들이는 세금이 한해 24조~25조 정도되는데 이 중 유류세 환급금, 보조금, 세제감면, 농어촌용 경유 지원 등을 통해서 다시 돌려주는 세금이 6조~7조 정도 된다"면서 "이럴바에는 정부가 세금을 낮춰 덜 걷으면 된다. 정부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특히 이 교수는 "일례로 유류세 환급금을 돌려준다고 해도 실제 이득을 보는건 세금을 내는 트럭기사들이 아니라 운송업자, 즉 사업주"라며 "때문에 트럭기사들의 불평이 많아지고 트럭기사와 운송업자 간 골도 깊어지고 있는데, 유류세 자체를 내려버리면 여기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도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전면 폐지 주장도 나온다. 관련법인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으로 유류세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간 연구위원은 "유류세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면서 "세금을 걷는 취지와도 맞지 않아 폐지여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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