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쓰는 알뜰폰, KB리브엠이 한 몫
"알뜰폰시장 커지면 MNO 1등 사업자 SKT 타격"
[편집자] 고령층이 쓰는 폰? NO!. 알뜰폰에 대한 MZ세대들의 관심이 늘며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때를 같이해 통신업계에선 알뜰폰 시장 규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각 사업자 별로 쟁점에 대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립니다. 이에 총 3회에 걸쳐 알뜰폰 시장의 변화와 쟁점,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알뜰폰 시장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중심으로 덩치를 키우며 이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9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국민은행의 'KB리브엠'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알뜰폰 시장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에,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은행권의 추가적인 알뜰폰 시장 진입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알뜰폰 시장이 더욱 확대돼 기존 고가요금제를 쓰던 고객들이 알뜰폰으로 넘어가면, 통신사 입장에선 자회사로 알뜰폰 사업을 하더라도 알뜰폰 사업은 상대적으로 아르푸(ARPU·서비스가입자당평균수익)가 낮아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KB리브엠에 이통협회 반발...중소업계 피해는 '글쎄'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KB리브엠이 불공정영업행위로 시장 혼탁을 야기하고 있다며 재인가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통협회 측은 "KB리브엠이 대형 금융사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과다한 사은품을 지급하고 덤핑 수준의 요금판매 행위를 지속해 중소상인과 중소알뜰폰 사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KB리브엠의 자급제폰 판매 관련 이미지. [사진=이동통신유통협회] |
하지만 정작 중소알뜰폰 업계는 KB리브엠의 알뜰폰 시장 진출로 별 다른 타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KB리브엠이 커지면 제휴마케팅이나 혜택 등이 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서비스와 비슷한 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먹고 먹히는 관계가 된다"며 "고객층이 달라 우리는 별 다른 영향이 없다"고 전했다.
KB리브엠이 2019년 12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타겟팅한 고객층 역시 기존 중소알뜰폰업계의 주 타겟층인 노년층이 아닌 MZ세대였다.
KB리브엠은 금융결합상품 할인이 가능한 5세대이동통신(5G) 요금제를 출시하는 한편, 방탄소년단(BTS)을 전속모델로 쓰며 알뜰폰 이미지를 '효도폰'에서 똑똑한 소비를 하는 MZ세대가 쓰는 폰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중소사업자들이 알뜰폰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10년간 노력해도 못 했던 것을 KB리브엠이 BTS를 모델로 세우는 등의 노력으로 마케팅하며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매가로 A라는 상품에 대해 100원이란 가격을 책정했을 때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여기에 마진을 붙인다면, 리브엠은 10원 손해를 보더라도 90원에 팔기도 해 중소사업자 입장에선 시장을 교란한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알뜰폰 시장 커지면 SKT가 손해?...SKT "알뜰폰 이동은 미미"
KB리브엠은 MZ세대를 겨냥, 다양한 모델들을 활용해 마케팅에 나섰다. 사진은 KB리브엠 광고모델 송강의 광고 이미지. [사진=KB리브엠] |
일부 통신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KB리브엠이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것 보단,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들도 알뜰폰 시장에 진입해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은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은행도 유통, 통신, 배달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엔 알뜰폰 사업도 포함돼 있다.
국민은행은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했지만, 은행권에선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은 수월하게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업계에선 알뜰폰 시장이 덩치를 키울 경우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곳은 SK텔레콤으로 보고 있다. 한 통신업계 고위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알뜰폰 시장이 커지면 MNO(이동통신) 1등 사업자인 SK텔레콤 가입자가 가장 많이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매일 1500명~2000명 가량이 SK텔레콤에서 알뜰폰으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2년 6월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SK텔링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 가입자가 자회사로 이동하는 숫자는 SK텔레콤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는 상황에 굉장히 미미한 숫자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