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에 의한 정책이 역효과 내는 경우가 많아
[서울=뉴스핌] 이영섭 정치부장 = 인생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이는 개인 뿐 아니라 정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보정권의 관심은 지대했다. '진보=서민'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보정권의 '감상적 선의'가 오히려 취약계층을 괴롭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2.03.28 photo@newspim.com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다. 소득증가→소비확대→기업매출 증가→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는 '소득주도성장'의 밑바탕이었다.
계획을 그럴싸했다. 일반적으로 보수정권은 경제 활성화를 통해 전체 파이가 커져야 아래까지 물이 흘러 내려간다는 '낙수효과'를 신봉했다. 하지만 낙수효과의 실효성은 의구심을 낳고 있는 시점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이런 틈새를 파고 들었다.
최저임금 만이 아니었다. 민심이반의 최대원인인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임대차 3법은 전월세 가격을 폭등시켜 되려 주거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돈 없어서 병원 못 가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문재인 케어' 역시 실손보험료·건강보험료 인상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선의'가 기본바탕이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착한' 정책이 서민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도했다. 결국 문 정부의 선의에 의해 혜택을 봤어야 할 서민들이 분노하며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고 말았다.
오래된 고전이면서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혜안을 주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는 이런 유명한 예시가 나온다.
"우리가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양조장 주인,빵집 주인의 자비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에 호소하지 않고 이기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이야기하지 않고 그들의 이익을 이야기한다"
이제 문재인 시대가 물러가고 윤석열 시대가 시작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과거 정부와 달리 모호하고 추상적인 구호를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구호를 사용하는 대신 실용적 관점에서 민생을 살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엇이냐"를 놓고 1년여 넘게 개념 공방을 벌였던 것을 기억하는가. 이를 보면 추상적 구호의 배제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럼에도 무작정 박수를 치지는 못하겠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성 역시 한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대부분 비판하면서 출범했지만 '선의'에 기댄 정책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부터 고물가 늪에 빠진 채 시작하게 됐다. 전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3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보상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이 편성된다. 선거 당시 약속했던 50조원에 비해 규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액수다.
병사 200만원 지급과 같은 '포퓰리즘적' 정책도 그대로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이상 올리는 '빅스텝'까지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는 추경으로 돈을 풀어 불안한 물가를 더 자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 중 하나다. 하지만 정부의 돈풀기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그 결과로 시중금리가 급등하게 되면 이자비용이 오르게 되고, 이는 결국 소상공인에게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이 될 수 있다.
정책은 대통령이 선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정책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분석한 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을 새로운 대통령이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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