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CPI 둔화됐지만, 근원 CPI는 상승세 가속화
인플레 정점 지났어도 고물가 '장기화' 우려 부각
12일 발표되는 PPI에 시장 관심↑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기대를 모았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월에 비해 둔화됐음에도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3% 넘게 급락하고 비트코인 가격도 3만달러 아래로 주저앉는 등 시장은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CNBC 등 주요 외신은 4월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된 건 사실이나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한 것이 실망감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CPI 전년 대비 상승 추이.[차트=미 노동부] 2022.05.12 koinwon@newspim.com |
◆ 헤드라인 CPI 둔화됐지만, 근원 CPI는 상승세 가속화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미국의 CPI는 전년대비 8.3%, 전월 대비로는 0.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3월의 8.5%, 1.2%에서는 둔화됐으나, 월가 컨센서스인 8.1%(전년대비), 0.2%는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의 전월비 상승률이 3월보다 높아진 점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우려를 낳았다.
4월 CPI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에너지 가격이다. 3월 전월 대비 11%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이 4월에는 2.7% 하락했는데, 이는 휘발유 가격이 6.1% 하락한 영향이 컸다. 중고차와 의류 가격도 각 0.4%, 0.8% 내렸다.
올해 들어 휘발유 가격이 두 배 가까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 터라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꺾였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됐다.
다만 변동성 높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비 0.6% 오르며, 0.3% 올랐던 3월에서 상승세가 가속화 됐다. 주거비, 식품, 항공료와 신차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다. CNBC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노동력 부족이 여전하다는 증거라고 풀이했다.
마켓필드 자산운용의 마이클 소울 최고경영자(CEO)는 배런스에 "4월의 CPI 수치는 예상을 웃돌며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친 물가 상승 추세를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돌아가는 길이 (시간과 긴축 정책 측면에서) 여전히 멀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발표로 설령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인플레 둔화 속도가 더딜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며, 연준이 쉽사리 긴축 정책을 거둬들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금융시장의 패닉으로 이어졌다.
◆ "연준, 인플레 둔화 확실한 신호 나오기 전까지 빠른 긴축 이어갈 것"
5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50bp 금리 인상을 발표했으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5bp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글렌메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민간 자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둔화됐다는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소 빠른 속도로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네타 마코프스카와 토마스 시몬스는 4월 CPI 수치는 (인플레 둔화를 기대하는) 연준에 전혀 위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전년대비 4월 CPI 상승률이 둔화된 건 순전히 기저 효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근원 CPI는 둔화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며 "지난주 파월은 연준이 75bp 가능성은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4월 CPI 발표로 75bp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KPMG 팀 마헤디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CNBC에 "4월 CPI 보고서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섞여 있다"며 "인플레이션 둔화, 특히나 휘발유 가격 하락은 긍정적이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올랐다는 건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월에도 CPI 상승률이 8%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걱정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장 전반에 경기 침체 우려가 만연해있지만 올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그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들며 강력한 수요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한편 4월 CPI가 기대와 달리 인플레이션이 '피크 아웃(정점 통과)' 했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못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12일(현지시간) 발표가 예정된 도매물가에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4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대비 0.5% 상승하며, 3월 1.4% 올랐던 데서 상승세가 둔화됐을 것으로 전망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