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활동 전념할 수 있도록 융통성도 고려할 필요 있어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후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평택의 반도체 생산 기지를 둘러봅니다. 얼마 전에는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따냈습니다. 이 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상태로, 엄밀히 말하면 징역형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식으로 회사 경영자로 이름을 올리고 경영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것에서 보듯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가석방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얘기인데요. 그렇게 보면 이 부회장이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이걸 원한 것이라면, 취업제한은 왜 한 것일까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윤창빈 사진기자] |
법무부는 지난해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근거해 이 부회장에게 '5년간의 취업제한'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올해 7월 29일 형기가 만료되더라도, 향후 5년간 취업이 제한됩니다.
아무리 봐도 이 부회장을 가석방시킬 때 말한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석방이란 징역 또는 금고형을 복역 중인 사람 가운데 그 행상(行狀, 태도)이 양호해 개전의 정이 뚜렷한 때 나머지 형벌의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일정한 조건 하에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생각하면, 있던 형벌도 없애주면서 취업은 못 하도록 한 것도 어딘가 어색하긴 합니다.
어찌됐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법을 집행할 거면 엄격히 해야 할 것인데, 당국이 오히려 법위반의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법 집행의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라면, 차라리 확실하게 풀어주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찌됐든 공식적으로 나설 순 없다는 얘기 아닌가"라며 "이왕 가석방까지 해 준 거라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 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책임경영 차원에서도 생각해볼 여지를 남깁니다. 이름을 걸고 경영을 할 수 없으니 이른바 '밀실경영'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죠. 일이 잘못될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회 피할 핑계가 돼 주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이 부회장을 비롯해 기업인들의 편을 들자는 얘긴 아닙니다. 법 집행에 있어서 정부가 일관성, 융통성을 편의에 따라 갖다 붙이면서 오히려 사회경제적 논란을 불러오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또 다르다"면서 "대표이사의 역할이 큰 중소기업의 경우는 그런 제한에 더욱 취약하다. 과거 의뢰인 중에 작은 기업의 대표가 있었는데, 끝내 취업제한이 풀리지 않아 회사가 아주 어려워진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