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요즘 해외에서 들여오는 소고기 가격이 50% 가까이 올랐어요. 소고기 뿐만 아니라 모든 게 올랐어요. 당장 재고로 버티겠지만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겁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후 식당과 백화점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코로나 종식을 의미하는 엔데믹 시대가 열리며 억눌렸던 수요가 되살아나면서다. 소비자들은 닫았던 지갑을 열었다. 그동안 미뤘던 회식이 재개되며 주류 판매량은 늘고, 백화점에선 명품 뿐만 아니라 일반 의류도 불티나게 팔렸다.
서영욱 산업부 차장 |
현업에선 이 같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최후의 만찬'으로 보고 있다. 조만간 다가올 인플레이션에 소비자들의 지갑도 곧 닫힐 것이란 우려에서다. 돌아가는 국제 정세를 보면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물가 오름세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에 비해 8.3%가 상승했다. 영국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 올라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선 벌써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와 타깃의 1분기 순이익이 반토막 나면서 미국 증시 전체가 출렁였다. 급등한 유가와 높은 임금이 월마트와 타깃의 실적을 끌어내렸다.
특히 육상 운송에 사용되는 트럭은 디젤 가격에 민감한데 미국 내 디젤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면서 연료비 부담이 늘었다.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상품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로 이어졌다.
월마트와 타깃의 어닝쇼크는 미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인 '소비'가 흔들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소비'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다. 월마트와 타깃의 실적 악화는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기 시작해 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물가 상승률로 4.2%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했던 1.7%에서 대폭 상향 조정한 수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오르며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하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최근 이마트의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것도 이 같은 우려에서다. 유통업계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들여오는 가격이 오르며 가격 인상 압박이 크다. 당장 가격을 올려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특히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섣부른 가격 인상은 곧장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면 기업 입장에서 당장이야 이득을 볼 수 있겠죠.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자체를 줄인다는 겁니다.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줄겠죠. 높은 인건비와 고정적으로 나가는 매장 운용비 모두 부담이 될 것입니다. 결국 매장을 줄이고 인력을 감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오겠죠."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리오프닝 효과로 기업들이나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는 너무 이른 축배가 아닐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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