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프레시지, 나란히 비건브랜드 '헬로베지' 선봬
당장 문제 없지만...향후 상표권 분쟁 가능성
쏟아지는 비건 브랜드에...상표권 선점 움직임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식품업계에 비건(채식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오뚜기와 프레시지가 같은 이름의 비건브랜드를 론칭해 눈길을 끈다. 비건을 의미하는 '베지', '비건' 등 주요 키워드가 한정돼 발생한 현상이다. 비건 상표 선점을 위한 업계 눈치싸움도도 전개되고 있다.
◆비건식품 진출한 오뚜기·프레시지..."상표 똑같네"
9일 업계에 따르면 밀키트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최근 비건 브랜드 '헬로 베지(hello veggie)'에 대체육을 결합해 채식 간편식 사업을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헬로 베지는 프레시지의 자회사 테이스티나인이 지난 1월 론칭한 채식 전문 브랜드다. 프레시지는 기존 비건식 브랜드를 '헬로 베지' 일원화,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대체육 간편식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단체급식 업장 및 외식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B2B용 비건식품 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오뚜기의 비건브랜드 이름도 프레시지와 동일한 '헬로 베지(hello veggie)'다. 오뚜기는 지난 달 비건 브랜드 헬로 베지를 론칭, 첫 제품으로 '채소가득카레', '채소가득짜장'을 선보였다. 기존 오뚜기 카레에 100% 비건 재료를 적용해 만든 간편식 제품이다. 오뚜기는 향후 다양한 비건 제품으로 '헬로 베지 라인업을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위) 오뚜기 비건브랜드 '헬로베지'의 신제품 채소카레. (아래) 프레시지 비건브랜드 '헬로베지'의 비건 토마토 소스. [사진= 각사] |
오뚜기와 프레시지가 '비건 식품' 카테고리에서 동일한 상표를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각각 오뚜기는 레토르트 식품, 프레시지는 밀키트로 주력 상품은 다르지만 브랜드명이 같아 비건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같은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표권 분쟁 가능성도 남아있다. 프레시지 자회사 테이스티나인은 지난 1월 특허청에 '헬로 베지' 영문명(hello veggie)으로 상표권을 출원했다. 지난달 11일 '헬로베지'를 론칭한 오뚜기는 상표권을 출원하지 않은 상태다.
통상 상표권은 선(先)출원주의로 먼저 출원하는 쪽이 상표권을 부여받는다. 아직 상표권이 등록되기 전이더라도 상표권 출원인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한 주체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상표의 경우 유사한 업종에서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 다른 주체에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
다만 아직 국내 비건식품 시장이 크지 않은데다 브랜드 인지도도 초기 단계인 만큼 분쟁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또 '헬로 베지' 상표가 독점 브랜드로 등록이 가능한 사안인지도 다퉈볼 수 있는 쟁점이다. '헬로(Hello)', '베지(veggie)' 등 보편적인 단어의 단순 조합이라는 이유에서다.
프레시지와 오뚜기는 동일한 '헬로 베지' 브랜드 사용과 관련해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비슷한 상표가 나오는 것은 종종 있는 일로 독점등록을 하지 못하는 상표권도 꽤 많다"며 "오뚜기 헬로베지는 카레, 짜장 등 간편식으로 구성되고 여타 밀키트 제품과는 판매처 자체가 크게 겹치지 않기 때문에 판매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오뚜기와 브랜드명이 같은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주요 사업분야가 다르다고 판단해 이의를 제기할 계획은 없다"며 "헬로베지 신제품 밀키트 제품은 올해 3분기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베지가든, 베러미트, 헬로베지...쏟아지는 비건식품 '햇갈리네'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비건 관련 상표가 쏟아지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농심과 신세계푸드는 각각 비건브랜드 '베지가든'과 '베러미트'를, CJ제일제당은 연말 '플랜테이블'을 론칭했다. 농심과 풀무원은 지난달 서울 강남 코엑스와 잠실에 나란히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과 '플랜튜드'를 여는 등 비건 관련한 사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비건 식품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지난해 250만명으로 증가했다. 간헐적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 증가로 국내 대체육 시장 또한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155억원까지 규모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비건 상표 선점을 위한 업계 눈치싸움도도 전개되고 있다. 동원F&B의 경우 지난달 '넥스트미트(Nextmeat)'와 '그린미트(Greenmeat)'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다음(Next)과 고기(Meat)를 조합하는 등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동원F&B는 아직 비건브랜드 론칭 계획은 없지만 향후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표권을 등록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의 비건시장 진출이 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아직 소비자들에 비건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상태이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인지도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