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부·국토부 입장 표명, 대책 마련 없이 책임 방기"
與 "정부 판단 따라 움직일 것...상임위 구성돼야 가능"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이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네 탓' 공방만 이어질 뿐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는 2020년부터 3년 시효로 도입된 화물기사들의 최저임금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다. 올해 12월 31일 제도가 종료되는 것을 두고 화물연대는 그전에 국회의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특수고용자 대책회의 관계자들이 화물연대 파업 지원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6.10 hwang@newspim.com |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들의 적정임금 보장을 통해 과로·과적·과속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화주·운수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결정하고 운행에 따른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 탓에 화물기사들이 과로·과속·과적 운행이 지속됐다. 적정한 운임을 보장하면 도로 안전도 개선될 것이라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이에 정치권도 입장을 내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 보다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앞서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9일 국회에서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만나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6.09 kilroy023@newspim.com |
그러면서 노사 갈등 해결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몰을 앞두고 정작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국토교통부는 대책 마련도, 입장 표명도 없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국토부와 그 와중에 돌연 출국한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참 가관이고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도 국토부의 미진한 대응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부가 바뀌기 전 올 초에 저희 사무실과 얘기할 때 국토부에서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는 폐지되는 게 적정하다는 입장이었고 평가보고서에 그 성과가 나와 있는데 괜찮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국토부 대응이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올해 연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위한 법안을 지난해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아직 소관 상임위인 국토위 교통법안소위에도 상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국회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책임 떠넘기기 주장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정부 대응을 비판한 것은 화물연대 편들기를 하며 새 정부 때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폐지 문제와 관련해 여러차례 입장을 냈다. 큰 틀에서는 정부의 입장을 따른다는 것이다. 10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당사자간 대화가 우선돼야 하고, 일단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고 당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는 늑장 대응을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겨우 한 달도 안 된 정부가 어떻게 늑장 대응을 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몰제) 연장 여부 검토는 올해 초까지 국회로 보고하게 약속이 돼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당이던 올해 초에는 손 놓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안전운임제를 법제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손놓고 있다는 데 대해 반박했다. 국토부는 관련 TF를 구성하고 국회 보고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진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당의 원 구성 비협조로 인한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이 화물연대와 간담회를 개최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편 가르기를 위한 수단에 그친 점과 간담회 내내 정부와 여당을 발목 잡기 위한 가짜뉴스 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6.10 kilroy023@newspim.com |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도 손놓고 있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며 "민주당도 급하다면 원 구성을 빨리해서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손놓고 있지 않나"라며 일갈했다. 이어 "올해 연말까지니까 이제부터 차근차근 협의해 나가야 한다. 노사 간 입장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해 실제 해결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재선 의원 역시 "화주, 운수사, 차주 등 이해관계인 중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을 받아들일 수 없고 다양한 대안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당·정·노·사 협의체 구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TF의 국회 보고가 시급하다"며 "국회의 정상화에 따른 상임위에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물연대는 7월에 열리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다음 해 운임을 결정해 10월 31일까지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려면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늦을 지경이라고 재촉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노사 자율로 풀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직무유기"라고 비판의 성명 자료를 낸 상황이다.
ycy148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