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개혁 vs 자기 정치' 당내 갈등 불씨
혁신위원 인선 마무리 수순...다음주 활동
최재형 "연이은 승리 안주하기 쉬운 때 적기"
[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총선을 2년 앞둔 시점에서 공천 개혁을 언급하며 추진한 당 혁신위원회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혁신위원 추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당 혁신위는 다음주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15일 배현진 최고위원이 김민수 전 경기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을 혁신위원으로 추천하며 당 최고위원 몫으로 배정된 혁신위원 추천이 완료됐다. 혁신위는 '효율적이고 예측이 가능한 합리적인 공천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로 출범이 계획됐지만 이 대표의 계파, 사조직 논란에 대한 의구심이 거둬지지 않고 있는 점이 성공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방해 요소로 자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혁신위를 둘러싼 가장 큰 뇌관으로 떠오.른 '공천 개혁'과 관련 이 대표의 '사조직', '자기 정치를 위한 행보'라는 비판은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이미 혁신위가 '사조직 프레임'에 갇힌 만큼 이 대표의 개혁 시도가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는 미지수란 시각이 잇따른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6.14 kimkim@newspim.com |
◆ "사조직·당권 확보 위해 공천 손댄다는 얘기 이해안가"
당 혁신위는 출범 이전부터 이미 당내 반발에 부딪혀왔다. 공천권 문제를 주요 의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출범 후에도 당내 갈등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김용태 최고위원이 일찍이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를 혁신위원회 1호 위원으로 추천한 점도 내홍의 한가운데 자리했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여기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나서 혁신위가 공천 시스템 개혁을 논의하는데 대해 "조금 더 많은 준비를 한 다음에 하는 것이 옳았다는 생각"이라며 "성급한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혁신위를 구성하려면 어떤 일물을 할 것인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두 번째로는 어떤 부분을 논의할 것인지 아이템을 정하고 발족하는 것이 맞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천 변호사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추천된 분들의 면모를 보면 이준석대표계라고 할 만한 분들이 없다"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사조직'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당대표가 되려면 아무래도 현직 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에게 잘 보여야 될 부분이 있을 텐데, 차기 당권 확보를 위해서 공천 부분을 손댄다, 저는 그거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생각된다"고 답했다.
'친이준석, 이렇게 얘기할만한 그 정도의 세력과 조직이 없다는 말인가'란 질문에는 "그런 식의 어떤 실체가 있는 하나의 그룹이 있지는 않다"며 "그래서 그런 사람 몇 명을 챙겨주겠다고 공천제도 전체를 손댄다는 것은 굉장히 과해 보인다"고 했다.
혁신위에 대한 비판의 시각이 이어지자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여기에 응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혁신위원회 구상에 대한 정면 대응의지로 "'이제 자기정치를 하겠다"는 발언을 거듭했다.
이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기는 과정에서 제 개인이 자기 정치 측면에서 입은 피해가 너무 심하다"며 "이제부터 그런 것들을 따져 물을 것이고 적어도 당당하게 논쟁하고 옳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 최재형 의원, 서정숙 의원 등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강한 여성의 삶을 다시 생각하다' 낙태법 개정안 입법 세미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2.06.14 kimkim@newspim.com |
◆ "안주해도 된다 생각 아니면 당위성 논란 대상 여지 없어"
혁신위 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혁신위가 사조직 프레임에 갇힌 갑갑함을 토로하듯 "혁신의 당위성은 논란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내에는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만 봐도 '대부분의 사람이 혁신위가 낼 성과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이란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원내 복수 인사들은 "대선과 지선을 연이어 승리하고 눈앞에 산적한 민생 안정 등 윤석열 정부의 추동력에 힘을 더해주는 것이 급선무"라며 "갑작스럽게 '혁신'을 주장할 만한 배경이 될 사건이 없는 상황이 아닌가"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최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혁신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을 안다. 우리 당이 개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여기서 안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혁신의 당위성은 논란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최 의원은 "연이은 승리에 안주하기 쉬운 이때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혁신을 할 적기"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당 시스템을 개혁하고 당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예측 가능한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환경을 조성해 우리 '국민의힘'만이 정답이라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혁신위 출범 구상 발표와 함게 당 시스템 개혁과 관련 선거 과정에서 겪은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혁신위 출범 구상을 전하며 "경선 투표 자체도 보면 일정이 촉박하니 모바일 투표를 전면 도입했음에도 실제 시행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꼽았다.
이와 함께 "가까이는 문자 메시지 공해 같은 것들이 있다"며 "지방선거마다 논의되는 게 문자 메시지만을 홍보수단으로 삼는 당원들의 당에 대한 신뢰, 호감이 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어떻게 하면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경선 치르게 하는지가 과제"라고 했다.
공직후보자 역량강화평가(PPAT)에 대한 확대 의지 역시 큰 상황이다.
한편 혁신위는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추천한 인원과 더불어 외부 인원을 포함해 약 15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남은 8명은 최재형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당 내외부 인사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태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천하람 변호사를 혁신위원으로 추천한 데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각각 한무경·김미애 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석 최고위원은 서정숙 의원, 조수진 최고위원은 언론계 외부 인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건규 전 서귀포호텔(군인호텔) 사장을 혁신위원으로 추천했다. 마지막 순번인 배현진 최고위원은 김민수 전 경기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을 혁신위원으로 지명했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