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중국 상승, 아시아 투자 포트폴리오의 생명줄"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동결 소식에 영향을 받은 듯 중국 증시는 20일 혼조세를 연출 중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1%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반면 선전성분지수는 1.5% 가까이, 촹예반지수는 2% 가량 올라 있다.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금리를 한번에 0.75%p 올리는 것)' 결정과 경제 침체 경고음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 3.5% 이상 급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반응이다.
[사진=셔터스톡] |
중국 내외부에서는 A주가 최악의 시기를 통과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계 증시가 '블랙먼데이'로 시작해 하락세로 마무리했던 지난주(6월 13~17일)에도 A주는 강세를 연출하면서 A주를 둘러싼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줬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이 19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선전성분지수와 촹예반지수는 3.94%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장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던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0.97% 올랐다. 연내 저점을 기록했던 4월 27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이달 17일까지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 촹예반지수는 각각 15.82%, 22.24%, 25.20% 상승한 것이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은 "안정적 성장 정책 강도가 높아지고 전염병 충격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펀더멘탈 전망이 가장 비관적인 시기를 지났다"며 "투자자들의 경제 전망이 호전되고 리스크 선호도가 반등함에 따라 상하이종합지수가 상승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인(中銀)증권 역시 "올해 하반기 A주는 'U자형' 반등장을 연출할 것"이라며 "반등 가능성이 상당이 크고 매우 큰 확률로 급락 리스크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맞서 A주 상승을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 가중,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외자의 '차이나 엑소더스' 우려가 커지기도 했지만 최근 A주의 반등은 외자의 '태세 전환'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글로벌 투자자 분위기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며 "그들은 중국 정부가 글로벌 제2대 경제체의 회복 실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3대 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 아그리콜의 빈센트 모티에(Vincent Mortier)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분기 대규모 매도 이후 회사는 현재 중국 증시를 보다 낙관하고 있다"며 "중국 주식을 매수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의 중국의 통화·방역·기술 규제 완화에 베팅하고 있다"며 "중국 증시가 아시아 투자 포트폴리오의 '생명줄'이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주 5거래일 후강퉁과 선강퉁을 포함해 A주를 매수한 북향자금은 174억 위안을 돌파, 3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6월 이후 16일까지의 북향자금 순매수액은 494억 9700만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향자금은 5월에도 168억 6700만 위안의 순매수를 기록했었다. 3월 450억 위안의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4월 63억 100만 위안의 순매수로 전환한 뒤 5월과 6월 순매수 증가폭을 확대한 것이다.
[그래픽=둥팡차이푸왕(東方財富網)] 북향자금(北向資金, 홍콩을 통한 해외 투자자의 A주 투자금) 최근 1개월 추이 |
다수 기관의 관심은 소비 섹터로 향하고 있다. 중국 금융 정보 플랫폼 윈드(Wind) 자료에 따르면 선완(申萬)증권이 분류한 A주 31개 1급 섹터 가운데 지난주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은 미용(4.89%) 섹터다. 이와 함께 농업·임업·목축업 섹터와 가전 섹터가 각각 4.57, 4.43%씩 오르며 주간 상승률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미용과 농업·임업·목축업, 가전 모두 소비 관련 섹터로 분류된다. 이와 함께 자동차, 식품·음료 등 전통 소비 섹터 역시 지난주 강세를 연출했다.
2조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 중인 크레디 아그리콜은 "중국 로컬 업무 비중이 큰 중국 주식에 주목하고 있다"며 비필수 소비재, 의료 및 헬스 등을 그 예로 들었다. 크레디 아그리콜이 자사 중국 ETF를 통해 운용 중인 자금은 5억 78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다(光大)증권은 "하반기 상장사 전반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조 섹터보다는 소비 섹터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는 "소비 섹터가 하반기 눈에 띄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펀드 투자 비중이 낮은 고량주 섹터와 의약 섹터 ▲소비 진작 정책 수혜 섹터인 자동차와 가전 ▲경기 회복과 함께 상승 탄력을 받을 무역 소매 섹터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시부(西部)증권 이빈(易斌) 수석 애널리스트는 "다운스트림 소비가 시장의 '신 공식'이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자동차 및 가전 소비 진작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책 초점이 상반기 '안정적 성장'에서 하반기 '소비 촉진'으로 옮겨지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가 하락할 때는 다운스트림 소비 업계의 수익 능력이 사장 전반 수준을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봤을 때도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 섹터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궈성(國盛)증권 장쥔샤오(張峻曉) 역시 "'대 소비'가 '안정적 성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며 "소비주가 '안정적 성장'의 뒤를 이어 시장의 중장기 테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 유망 섹터로는 코로나19 충격을 크게 받았던 면세점, 의료미용, 택배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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