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열 3위 인사 정정…최종본 언론 공개 후 바꿔
담당 공무원 실수 탓?…경찰 내부도 부글부글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인사가 발표된 지 약 2시간 만에 번복된 가운데 행정안전부(행안부)가 벌써부터 인사권을 휘둘러 경찰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인 21일 오후 7시 14분쯤 치안감 28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발표했다가 약 2시간 뒤인 오후 9시 30분쯤 수정된 인사안을 발표했다. 치안감은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청 국장급으로 경찰 계급상 치안총감(경찰청장), 치안정감에 이은 서열 3위에 해당하는 고위직이다.
수정된 인사로 치안감 7명 보직이 변경됐다. 김준철 광주청장은 당초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에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정용근 충북청장은 중앙경찰학교장은 경찰청 교통국장으로, 최주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관리관은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장에서 수사기획조정관으로, 윤승영 충남청 자치경찰부장은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에서 수사국장으로, 이명교 서울청 자치경찰차장은 첫 명단에 없었으나 중앙경찰학교장으로, 김수영 경기남부 분당경찰서장은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에서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으로,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 경찰청 교통국장에서 서울청 자치경찰차장으로 각각 보직이 변경됐다.
치안감 보직 인사 정정으로 경찰 내부도 혼란스러운 분위기이다. 경찰 고위직 인사가 대외적으로 발표된 후 수정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치안감 보직 인사가 나오기 불과 6시간 전인 지난 21일 오후 1시에 행안부 주도로 경찰 통제 관련 권고안이 발표된 터라 행안부가 벌써부터 경찰 흔들기에 나섰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 사전 면담으로 '경찰 길들이기' 논란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김창룡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도착해 김 청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2.06.09 yooksa@newspim.com |
총경·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 등 경찰 고위직 인사는 경찰청장이 추천해 행안부 장관 제청,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경찰청이 경찰 인사 관련 여러 안을 행안부에 올리면 행안부가 최종안을 결정해 대통령한테 보고돼 결재를 받는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단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사 명단 정정과 관련해 당초 실무자 실수였고 행안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행안부에서 최종본을 받아 게시했는데 행안부에서 다른 안이 최종본이라며 바꿨다고 번복했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행안부 치안정책관실에 파견나간 착오로 이번 인사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경찰이 최종안이 아닌 인사안을 경찰청에 보냈고 언론 보도 후 잘못 공개됐음을 인지하고 정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의사 소통이 잘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경찰은 부글부글 끓어하는 분위기다. 담당 경찰관의 개인 실수 및 의사소통 오류로 하기에는 경찰과 행안부 관계가 급변하고 있어서다.
한 경찰관은 "경찰 고위직 인사가 이렇게 난 적은 없다"며 "시스템 문제를 개인 실수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찰국 신설 등 행안부가 경찰을 통제하려는 상황에서 행안부의 인사 번복은 경찰 길들이기일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