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에서 소비 지출 및 소비 심리, 제조 관련 지표들이 잇따라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문가들도 신속히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각) 발표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5월 미국인들의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0.4%로 올해 들어 첫 감소를 기록했다. 서비스 지출은 여전히 견실했지만, 전반적인 가계 지출 속도가 더뎌진 점은 미국 경제가 침체로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소비지출 지표를 확인한 뒤 "서비스 지출이 여름까지 소비 지출을 견인할 것으로 보이지만, 9월 5일 노동절을 기점으로 서비스 지출이 전체 지출을 끌어 올리는 효과는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쇼핑하는 미국 소비자들 [사진=블룸버그] |
소비자 심리도 계속 후퇴 중이다.
앞서 발표된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50.0으로 확정됐는데, 이는 예비치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망치 50.2를 밑도는 결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6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도 98.7로 1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해당 서베이에서 30% 가까운 응답자들은 6개월 내로 사업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해 2009년 3월 이후 가장 암울한 응답을 내놨다.
JP모간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미국 가계의 35%가 공과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서베이를 소개하면서, 작년보다 해당 비율이 10%포인트나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현금이 줄고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측면에서도 상황은 암울하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6월 제조업체들의 기업활동지수는 마이너스(-) 17.7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이상 급락해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캔자스시티 연은이 집계하는 관할 지역의 제조업 성장세도 3개월 연속 둔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매 재고는 쌓이는데 수주량이 점차 줄어드는 등 생산활동이 둔화될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5월 중 여전히 견실한 수준으로 확인됐지만, 가장 최근 나온 연방준비제도의 서베이에서는 앞으로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고 강조했다. 또 주택시장의 경우 신규 및 기존 주택 판매 감소세가 일단은 멈춘 것으로 확인되나 오를 대로 오른 집값과 10여년래 최고 수준인 차입 비용은 부동산 시장 추가 성장을 제한할 것으로 우려했다.
점차 후퇴하고 있는 경제 지표들과 더불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둔화가 확인되고 있다.
연은의 GDP 나우 모델로 추정한 미국의 2분기 실질 GDP 성장률(계절 조정치) 전망치는 이날 기준 -1.0%로 집계돼 1분기에 이어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상됐다.
월가 전문가들 역시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분주한 모습읻. 모간스탠리는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0.3%로 예상된다며 며칠 전 제시했던 2%에서 대폭 낮춰 잡았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테픈 스탠리도 2분기 전망치를 2.2%로 1%포인트 가까이 내려 잡으면서 "소비 지출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