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위령사업 지원방안·배상 등 화해조치 권고"
[안동·경주=뉴스핌] 남효선 기자 = 한국전쟁 당시 일어난 '경주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과와 위령비 건립 등 위령사업 지원방안 마련 권고'가 결정됐다.
또 1986년 부산대에서 발생한 '최루탄에 의한 실명 사건'에 대해서는 '사과와 배상 등 화해조치 권고'가 결정됐다.
6일 경북도에 따르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전날 제36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경북 경주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현장 조사.[사진=진실화해위원회]2022.07.06 nulcheon@newspim.com |
◇ 경북 경주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이 내려진 '경북 경주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7월 초부터 9월 초 사이에 경북 경주지역에서 비무장 민간인 29명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예비검속돼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의 희생자들은 주로 경북 경주 감포읍, 양북면, 양남면, 강동면 주민들이다.
희생자들은 한국전쟁 발발 이전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거나, 좌익에 협조했다는 이유 등으로 군경에 의해 예비검속돼 경주경찰서와 각 지서 등에 구금됐다.
한국전쟁 당시 일어난 '경주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관련 기록자료[사진=진실화해위원회] 2022.07.06 nulcheon@newspim.com |
이들은 경주경찰서와 육군정보국 소속 방첩대(CIC) 경주지구 파견대에 의해 경주 내남면 틈수골·메주골, 천북면 신당리·동산리, 양남면 구만리·읍천리·장항리, 울산 강동면 대안리 계곡 등에서 집단 살해됐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는 20~30대 남성으로 비무장 민간인이었다. 희생자 중에는 10대 2명, 여성 1명이 포함돼 있으며, 희생 시기는 7월과 8월에 집중됐다.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은 1960년 '경주지구 피학살자 유족회'를 결성하고, '경주지구 피학살자 합동 위령제'를 거행하는 등 정부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의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 유족회 활동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경주지구 피학살자 유족회' 핵심 간부를 포함한 전국의 피학살자 유족회 대표들이 '혁명재판'에 회부되면서 중지됐다.
진실화해위는 "군과 경찰이 비무장·무저항 민간인들을 예비검속해 법적 근거와 절차도 없이 살해한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적법절차 원칙,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령비 건립 등 위령사업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1986년 11월 7일 부산대학교에서 일어난 '부산대 최루탄에 의한 실명 사건' 관련 당시 경찰의 기안문.[사진=진실화해위원회] 2022.07.06 nulcheon@newspim.com |
◇ '부산대 최루탄에 의한 실명 사건'...진실하해위로부터 '사과와 배상 등 화해조치 권고'가 내려진 '부산대 최루탄에 의한 실명 사건'은 1986년 11월 7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시국집회에 참석한 동의대학교 학생 정 모 씨가 시위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의해 왼쪽 눈을 부상당한 사실 인정과 이에 대한 피해보상 및 명예회복을 요구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부산경찰국의 내사 사건 수사기록과 피해자와 관련인 진술 등을 통해 정 씨의 부상이 경찰 최루탄에 의한 것임을 확인했다.
정 씨는 당시 부상으로 두 차례에 걸친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나, 현재 '좌안 실명'의 후유장애가 남았다.
진실화해위는 "정 씨의 부상이 시위진압 중 경찰 최루탄에 의한 것임에도 경찰은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경찰 최루탄에 의한 부상이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당시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이에 대해 "국가는 정 씨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부상 치료비 및 치료 기간, 후유증으로 발생한 실명 정도를 고려해 배상 등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경주 국민보도연맹사건은 10대에서 30대까지 무고한 민간인들이 예비검속됐다가 살해된 사건"이라며 "1960년 관련 유족회가 결성돼 활발한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5·16 쿠데타 이후 탄압까지 받은 만큼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또 "최루탄에 의한 실명 사건은 1980년대 민주화를 위한 집회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이 사건뿐 아니라 당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해 인권침해 피해를 입었다"며 "관련된 피해자들이 진실규명 신청에 많이 나서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실화해위의 과거사 진실규명 신청은 올해 12월 9일까지이다.
진실화해위와 지방자치단체(시·도청 및 시‧군‧구청)에서 우편이나 방문접수가 가능하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진실화해위원회 누리집(www.jinsil.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