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비판 수용하는 경계현...권위 내려놓은 한종희
"불만 있으면 안에서 말해"...대화로 대외리스크 최소화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됐으니 그 자리를 유지하려면 스스로 변화해야죠. MZ세대들과 소통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겁니다."
최근 삼성 사장단이 소통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두고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MZ세대'와의 소통이 기업의 화두로 올라선 가운데, 삼성 역시 삼성전자를 필두로 각 계열사 대표들이 경쟁적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가 직접 나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로열티를 강화해주는 한편 직원들의 불만을 내부로 수렴해 대외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경계현 "나쁜평도 OK"...한종희 "JH로 불러줘"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유튜브 채널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임직원과의 대화 '위톡'에서 언급한 내용이 올라왔다.
경계현 사장은 "인사팀에 저에 대한 나쁜 평가 10가지를 조사해달라고 했다"면서 "처음엔 열불이 났지만 그런걸 통해 스스로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대방이 왜 저런 얘기를 할까 들어보고 이해가 안 되면 질문하고, 깨달으며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면서 반응을 보는 게 진짜 소통"이라고 덧붙였다.
경계현 사장은 삼성 사장단 중에서도 특히 소통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강 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에도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직원들에겐 사장 직함 대신 영어 이름 이니셜 'KH'로 불러줄 것을 제안하는가 하면, DS부문 경영진과 직원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위톡'을 만들어 임직원들이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가전과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한 DX 사업부가 만들어진 후 4월 1일 임직원들과 함께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한 부회장을 자신을 "부회장님 대신 JH로 불러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 직원들은 그동안 한 부회장과의 스타일과 다른 모습이라 낯설어했다는 후문이다.
◆삼성SDI "사장님 '오픈토크' 지방으로 확대"
삼성전자 대표들의 소통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삼성 계열사로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올해 들어 4월과 6월 총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들과 타운홀미팅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지난 4월에 진행된 첫 '오픈토크'에서 최 사장은 "소통은 변화의 출발이자 가치 창출의 시작점이며 경청이 소통의 출발점"이라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소통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금까진 기흥 사업장에서 '오픈토크'가 진행됐는데 향후 천안, 울산, 수원 등 다양한 지방 사업장으로 오픈토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오픈토크'는 분기마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덕현 사장 역시 경계현 사장이 삼성전기 사장으로 있을 당시 만들었던 임직원 소통의 장 '썰톡'의 바통을 받아 이어나가고 있다. 매주 목요일 약 1시간 동안 경영, 문화, 트렌드 등 다양한 주제로 소통의 시간을 갖는 썰톡 행사에 장 사장은 1달에 1번꼴로 참석하고 있다.
작년 12월 장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썰톡에선 취미로 서핑을 언급하며 "내년 여름 해수욕장에서 만나게 되면 밥을 사겠다"고 직원들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회사 불만은 회사서...로얄티 강화 측면도"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 사장단의 움직임은 MZ세대를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인력 구조는 역피라미드 구조로 조직관리 측면에서 윗세대들과 허리, 신입인 MZ세대들과의 갭 차이가 상당하다"면서 "MZ세대들은 이직에 대한 생각도 자유로운데 대표와 직접 소통을 한다면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강화될 수 있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인드 등을 통해 회사에 대한 불만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선 사내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게시판을 자체 개발해 쓰고 있다"면서 "회사에 대한 불만 글을 외부에 올리면 리스크가 되는데, 내부에서 이야기 되면 그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대표들의 소통 노력 역시 그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