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민영화 이후 그룹 경쟁력 강화 '박차'
다른 금융사 CEO 제재 수위에 영향 '촉각'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2일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소송 2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법률 리스크를 벗고 연임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완전 민영화 이후 그룹 경쟁력을 높이는데 역량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이 다른 금융사 수장들의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8-1부(이완희·신종오·신용호 부장판사)는 이날 손 회장과 정채봉 전 우리은행 영업부문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소송에서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우리금융그룹 본점. (사진=우리금융그룹) |
1심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내부통제규범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세부 내용이 다소 미흡한 것에 불과하다"며 "금감원의 5가지 처분사유 중 4개는 위법하다"고 판단했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2019년 하반기 전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자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DLF 불완전 판매책임을 묻고, 경영진인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후 손 회장은 중징계 관련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우리은행이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하자 금감원이 다시 항소하며 2심이 열린 것이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 불가능·금융권 취업 제한 등의 페널티가 있는데, 이번 2심에서 우리은행이 승소하면서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금감원이 즉시 상고에 나설 경우 소송전은 내년까지 이어지게 되지만, 법원이 2심 판결에서도 금감원의 처분사유 상당부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만큼, 최종 판결이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년 만인 지난해 12월 완전 민영화의 숙원을 푼 우리금융은 시급한 법률 리스크를 덜어내고 사업 포트폴리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손 회장의 거취 불확실성을 해소한 우리금융은 양호한 실적을 기반으로 하반기 경영전략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이날 올해 상반기 1조76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우리금융의 하반기 경영전략 3대 과제는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그룹의 미래가 걸린 디지털 혁신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자회사 본업 경쟁력 강화와 그룹 시너지 제고 등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소송 결과가 다른 금융사 CEO들에 대한 금융위의 최종 제재 수위를 낮추는데 영향을 미칠지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사법적인 판단에 따른 법리 검토 등의 이유로 금융사 CEO 제재 수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보류해왔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사태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 등에 대해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사장에 대해 문책경고 처분을 내린 상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게도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 지난해 3월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