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1%p 올리면 개인서비스물가 0.2%p 상승
이창용 총재, 가격·임금 상승→물가 상승 반복 우려
추경호 부총리, 수차례 기업 임금 인상 자제 언급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이창용 총재가 있는 한국은행이 기업은 고(高)물가 상황에서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임금 인상이 시차를 두고 물가를 밀어 올린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를 보면 임금 상승은 약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된다. 이때 전체 소비자물가보다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업·여가서비스업·교육서비스업 등 개인서비스물가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
한은에 따르면 임금 인상률을 1%포인트 높이면 4~6분기(1년~1년6개월) 후 개인서비스물가는 0.2%포인트 높아진다. 쉽게 말해 임금이 오르면 직장인 점심 가격이 치솟고 학원 등 교육비와 외식비도 함께 상승한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같은 물가와 임금 관계는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원가 상승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는 정도가 크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스핌]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022.07.15 photo@newspim.com |
한은은 "물가 오름세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은 총재,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 우려…추경호, 임금 인상 자제 언급
이 같은 보고서는 최근 이창용 총재와 추경호 부총리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나선 이창용 총재는 임금과 물가 간 상호작용 강화를 우려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빅스텝 결정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70년대만 해도 1·2차 유가 파동 이후에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를 상회했고 명목임금 상승률도 연평균 26% 정도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지금 상황이 1970년대와 같은 상황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 직접 비교도 어렵다"면서도 "각 경제 주체가 가격과 임금을 서로 올리고 그 결과 또다시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반복되면 개별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이라도 고물가 상황이 고착돼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가 다시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에둘러 표현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추 부총리는 이 총재보다 더 직접적으로 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언급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3일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고 인건비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물가 상승, 임금 인상, 물가 상승의 인플레 악순환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앞서 지난 6월 28일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도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킨다"며 대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한편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억제를 위한 방안으로 통화정책 신뢰성 확보를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 경제 주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대해 일반인이 얼마나 신뢰하는지, 중앙은행이 일관되게 통화정책을 운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