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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효선의 7번국도를 따라]② 협업·생태어로의 정수 울진 후포항

기사입력 : 2022년08월03일 18:00

최종수정 : 2022년08월03일 18:00

바다 '총유자산' 체계적 관리...노반회·짬계 등 자치조직 '탁월'
최초의 동력선 발상지...동해안 어로기술 혁명의 현장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햇살보다 더 투명한 은빛 멸치 떼. 그물을 당기는 어부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새벽녘 차가운 바닷바람을 몰고 바다로 떠났던 어부들의 근육질 팔뚝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어∼이 날 배야/ 어∼이 날 배야/ 어∼허 날 배야/ 어∼허 날 배야/ 어∼이 날 배야/ 어 ∼이 소다/어∼이 날 배야/ 어∼이 조오타/ 어서 많이 돈 벌어 가지고/ 노리야 당겨라/ 에∼이 날배야/ 고향산천에/ 에∼이 날배야/ 에∼이∼앗싸/ 에이앗싸/ 마이도 얽끌렸다/ 아이그 빨리 당기자/ 빨리 당겨라/ 어여어 어여어〈중략〉」

울진의 최남단 후포항과 평해 거일리 일대 해촌에서 전승되는 '그물당기기' 노래의 한 구절이다.

그물당기기는 노동요이다. 거친 바다에 맞서 질기고 빛나는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고 꿈을 가꿔 온 뱃사람들의 삶의 곡절이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남쪽 관문으로 대표적 해양관광명소이자 동해안 수산자원의 보고인 울진 후포항. 2022.08.03 nulcheon@newspim.com

후포의 본래 이름은 '휘라포(輝羅浦)'이다. '비단처럼 빛나는 포구, 갯마을'의 뜻이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후포 앞바다처럼 속살이 투명하게 비치고 비단결처럼 맑고 부드러운 이름은 '후리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한자어 표기도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후포(后浦)'로, 또 다른 온라인판 사전은 '후포(厚浦)' 따위로 혼용해 기록하고 있다.

'후리포'는 1960년대 후포 앞바다를 풍미했던 멸치떼로부터 연연한 것으로 짐작된다.

해류를 따라 백사장에 연접해 이동하는 멸치떼의 습성을 반영해 발달한 어구와 어법이 '후릿그물'이다.

후포항에 질긴 삶을 풀고 평생 바다와 살아 온 어민들은 "물 반 멸치 반"이라는 말로 1960년대 당시 후포항을 기억한다.

'후리포'라는 마을 이름도 당시 성행했던 '후릿그물', 한자어로는 '휘리(揮罹)'로 표기된다.

'후릿그물'이 '휘리(揮罹)'라는 명칭으로 자주 등장하는 시기는 조선 후기부터였다.

1908년에 발행된 '한국수산지 韓國水産誌' 제1집에는 각종 어구의 설명에서 '후릿그물'을 지예망(地曳網:地引網)이라고 들고 그 밑에 '휘리망'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전자는 일본식 명칭이다.<민족문화백과사전 참조>

1950~60년대의 울진 후포항[사진=남효선 소장] 2022.08.03 nulcheon@newspim.com

후포항은 1970년대 들어 포항제철의 원료 출하와 포항항의 대체항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이 본격화 됐다.

1970년 연안화물 및 여객수송을 위해 제2종 어항으로 지정되고, 1986∼1994년 사이에 물양장을 축조했으며 1993년까지 방사제를 축조.보강해 1993년 연안항으로 개칭됐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국제마리나항만 조성으로 동해안 최고의 해양레저관광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후포항. 2022.08.03 nulcheon@newspim.com

1980년대 들어 동해안의 특산물인 '울진대게'와 '울진붉은대게' 주산지로 자리잡았으며, 동해안 해양생태계 보고인 '왕돌초'를 품은 항구로 동해안 최고의 항구도시로 발달했다.

최근에는 국제마리나항만이 조성되면서 해양레저관광의 요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멸치후리는 그물과 노동력이 빚은 생태 어로의 정수

후포항에서 현재도 이뤄지는 전통 어로행위는 협업노동의 정수를 보여준다.

후릿그물을 이용한 멸치잡이 또한 전형적인 협업노동체계를 갖춘 어로양식이다.

후포항을 비롯 울진 해촌의 전역에서 왕성하게 행해진 '멸치후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행해진다.

하나는 갯가(불가; '불'은 백사장을 일컫는 울진지방 방언)'로 떼 지어 이동하는 멸치 떼를 순전히 그물과 노동력만으로 뭍에서 끌어올리는 방식이며, 또 한 가지는 이동하는 멸치 떼를 좇아 두 척의 배로 그물을 당겨 잡는 방식이다.

울진 해촌에서는 '뭍에서 당기는 멸치후리'가 성행했다.

멸치후리는 주로 보리가 팰 무렵인 5∼7월에 걸쳐 행해진다. 이 무렵에 멸치 떼가 무리를 지어 북상하기 때문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 해촌의 협업 어로 정수를 보여주는 '후릿그물당기기' 시연. 2022.08.03 nulcheon@newspim.com

멸치 떼가 출현할 시기면 '물살과 물때를 잘 식별할 수 있는 어부'인 '망잽이'가 이른 새벽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망산(望山)' 에 오른다. 당시의 망산은 현재 후포항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등기산'이다.

이때쯤 마을 주민들은 '멸치를 퍼 담을 온갖 도구' 를 들고 갯가로 뛰어나갈 준비를 한다. 이윽고 멸치 떼가 은빛으로 반짝이며 북상하면 망잽이가 "후리야"라고 소리치며 마을 주민들을 모은다.

이 때 마을 장년들이 '새쪽(북쪽)'과 '마쪽(남쪽)'으로 펼쳐놓은 그물을 당길 채비를 갖춘다.

망잽이가 마침내 "후리다 당겨라"고 소리치면 주민들이 떼를 지어 후릿그물을 당겨 올린다.

후릿그물을 당길 때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그저 마을주민이면 누구나 그물당기기에 한 품씩 힘을 보탠다.

아낙들과 아이들은 '양재기'니 '자배기', '소쿠리', '함지' 따위를 들고 멸치 떼를 퍼 올린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협업노동의 진수'가 축제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금세 유월의 뜨거운 백사장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멸치 떼로 뒤덮인다. 한바탕 멸치후리가 끝나면 마을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싱싱한 멸치를 한 아름씩 안거나,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간다.

후포 항에서 멸치후리 망잽이로 평생을 바다에서 보낸 김순길(87, 후포면 후포리)씨는 "전통적 방식인 멸치후리는 60년대 후반까지 성행했다. 멸치후리는 한 마을의 주민들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노동이자 흡사 마을주민들이 함께 펼치는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후포 앞 바다를 평생의 삶의 터전으로 가꿔 온 후포항 사람들은 생업을 위한 바다와의 오랜 투쟁과정에서 자연을 읽는 방법을 스스로 몸에 익혀온 셈이다.

경북 울진 후포리의 신석기 유적[사진=뉴스핌DB] 2022.08.03 nulcheon@newspim.com

◆ 후포항은 울진지방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유적군

후포항에는 검푸르게 날 세운 바다와 이를 딛고 자신의 생존과 후손의 번창과 마을의 항구적 존속을 위해 숱한 날을 힘든 노동으로 버텨온 선인들의 강인한 생명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후리포는 울진의 북쪽 관문인 죽변항과 함께 울진을 상징하는 대표적 항구이다.

또 예부터 울릉도와 독도 그리고 일본을 잇는 동해안의 거점 항이자, 나아가 동북아와 환태평양 그리고 시베리아를 잇는 물류 항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기능을 가진다.

특히 후포 항은 울진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유적군이 존재하는 곳이다. 신석기 유적군인 '후포리유적'이 그것이다.

까마득한 선사시대 고대인들이 그러했듯이 후포항 등기산 일대에 삶의 보금자리를 튼 울진지방의 선조들도 갯가의 구릉과 산등성이에서 뿌리를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대표적 해양관광명소인 후포항의 등기산 공원. 2022.08.03 nulcheon@newspim.com

후리포에서 신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된 곳은 후리포항을 북서로 감싸고 있는 '후포 등기산'일대이다.

후포 등기산 일대에서 발견된 신석기 유물의 성격은 '선사인들의 집단매장지'이다.

후포선사시대 유적이 세간의 시선을 끄는 것은 '붉은 색(朱)을 칠한 유골이 대거 발굴'됐기 때문이다. 이를 학계에서는 "선사인들의 신앙의 표출방식"으로 해석하고 "벽사(僻邪) 의식이 행해졌을 것"으로 비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 '붉은색'은 '잡귀를 쫒는 벽사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전문 학계는 후포리 집단묘의 특징으로 '세골장의 집단매장 양식'을 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매장방식은 지금까지 다른 유적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울진지역만의 독특한 묘제라고 설명한다.

후포리 유적발굴보고서에 따르면 마제돌도끼 130여점을 비롯 '구두주걱모양의 장신구' 등 170여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또 이곳에서 발굴된 '돌도끼류'는 넓적하고 길이가 긴 형태로 신석기시대 유물에 비해 매우 독특한 형태로 확인됐다.

울진군은 구석기유적군이 발견된 등기산 정상에 전시관을 건립해 역사관광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 동해연안 어로기술 혁명의 현장....최초의 동력선 발상지

이른바 해촌의 생태적 특성에서 주목되는 것은 '민속기술의 개발과 축적'이다.

바다를 극복하는 일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람의 생태와 물길의 흐름을 체득하는 일'이다. 때문에 해촌 주민들은 선조의 선조들이 축적해 놓은 어로기술관행을 중요한 기술체계로 정착시켰다.

어민들은 바람의 생태를 민속기후학적 지식체계로 가다듬었으며, 물길의 흐름을 시간별, 기후별, 계절별로 체계화시켰다.

어민들은 1월에서 6월까지 부는 바람을 '샛깔'로, 3월에서 5월까지 부는 바람을 '마깔(갈바람)'로 구분했으며, 5월에서 7월까지 부는 바람을 '하늬바람', 10월에서 11월까지 부는 바람을 '샛바람'으로 나눴다.

또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바람을 '들바람'으로 정교하게 나눠 바람의 성질에 따라 배를 띄우고 그물을 놓고 먼 바다까지 고기잡이를 나갔다.

어민들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물을 '맞물',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물을 '썰물'로, 밖에서 안으로 흐르는 물을 '들물', 안에서 밖으로 흐르는 물을 '날물', 안에서 동북으로 흐르는 물을 '새밥물', 안에서 동남으로 흐르는 물을 '마밥물'로 나누고 제자리에서 회오리처럼 뱅뱅 도는 물은 '수샛물'로 부르며 그 때마다의 고기떼의 이동을 인지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수산자원 보고이자 대표적 해양관광명소인 후포항의 '울진대게' 공매 모습. 2022.08.03 nulcheon@newspim.com

동해연안의 작은 포구였던 휘라포를 동해안 최고의 항구로 탈바꿈시킨 것은 1940~60년대에 걸쳐 성행한 '정어리바리'이다.

정어리는 군류성, 온류성 어족이다. 기록에 따르면 정어리 잡이가 한창이던 1940~60년대 후포항에는 무려 7개소의 정어리공장이 있었다. 정어리는 두만강의 얼음이 풀려 흙탕물이 남으로 흐르면 이를 좇아 무리지어 남하한다.

이때쯤이면 후리포의 경험 많은 어민들은 한반도의 최북단인 청진, 서수라까지 범선을 끌고 정어리바리에 나섰다.

후포사회의 주민 자치 최고의결기구인 '노반회'의 어른들은 " 당시 10월 무렵 한 떼의 범선 선단이 황포 돛대를 펄럭이며 갈바람을 타고 정어리바리를 위해 북상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당시 정어리 잡이에 사용된 그물은 '정어리유자망'이었으나 60년대 이후 '건착망'으로 변환됐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대표적 해양먹거리 관광명소인 후포항의 명물 '등기산스카이워크'. 2022.08.03 nulcheon@newspim.com

60년대 말, 후포항과 죽변항에서 '바다를 뒤흔드는' 혁명적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아이노꼬(일본어로 혼혈아라는 뜻)'로 불리는 동력선의 출현이 그것이다.

이 동력선은 죽변항 출신의 이름 난 배(船) 도목수인 '윤희원'이 종래의 범선에 발동기를 설치하고 '아이노꼬(혼혈아)'라 명명했다.

아이노꼬의 출현으로 어민들은 일 년 내내 바다에 나갈 수 있었다. 이른바 '어선 이노베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윤희원이 제작한 조선범선에 발동기를 단 '아이노꼬'는 동해안을 장악한 뒤에 바람처럼 내달아 남해안마저 울진 산 동력선으로 집어삼켰다.

후포항과 죽변항을 살찌운 '정어리바리'는 60년대 꽁치의 출현으로 '꽁치바리'와 '오징어바리' 시대를 맞는다.

이어 2000년대부터 후포항은 '울진대게'와 '울진 붉은 대게(홍게)'의 주산지로 전국의 시선을 모으며 '동해안 해양 거점도시'로 우뚝 선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군의 대표 먹거리축제인 '울진대게.붉은대게 축제'. 2022.08.03 nulcheon@newspim.com

◆달이나 쿵쿵 달넘세/물레 실실 감아라...'달넘세' 여성대동놀이 신명판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민들은 바람의 신인 '영등신'을 창조했으며 바다를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온 '용신'을 섬겼다.

어민들은 생업주기와 세시풍속을 절묘하게 섞어 '영등굿'과 '벨신굿(동해안별신굿)'이라는 탁월한 마을 축제를 탄생시켰다.

후포항을 비롯하여 울진의 해촌에서는 지금도 종합예술축제이자 해촌 문화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동해안별신굿(별신 또는 벨신)'이 3년 혹은 5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연행되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들지만 별신굿의 연행은 여전히 해촌 주민들에게는 생업과 직결된 의례로 자리 잡고 있다.

'달넘세'는 울진지방 해촌에 전승되는 여성중심 집단놀이이다.

음력 이월 초 하루부터 보름에 이르는 기간은 해촌 여성들이 고된 노동의 일상를 털고 꿀맛같은 휴식과 놀이에 들어가는 기간이다. 농촌으로 치면 농한기인 셈이다.

이 무렵 후포항을 비롯 울진 연안 해촌의 여성들은 '불가(백사장)'에 나가 '산지(송아지)띠기'나 '남대문열기' 와 같은 단락을 가진 '달넘세' 놀이를 즐겼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후포항을 비롯 경북 울진 해촌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여성중심 대동놀이인 '달넘세'. 2022.08.03 nulcheon@newspim.com

달넘세는 이처럼 울진지방 해촌의 미역생산 노동을 반영한 전통놀이이자 음력 이월 보름 이후부터 시작되는 여성들의 고된 노동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여성 노동해방 축제'이기도 하다.

울진 해촌에서 전승되는 '달넘세 놀이'는 '달넘세', '대문열기', '산지띠기', '기줄댕기기', '난장' 등 다섯 개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정월 보름과 이월 영등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해촌마을의 대동놀이를 한양명 교수(민속학)는 '여성, 용과 달의 축제'로 명명했다.

이들 여성대동놀이는 울진지방에서는 '달넘세'로, 영덕지방에서는 '월월이청청'으로, 남해안 지역에서는 '강강수월래'로 전승되었으며, 각기 독특한 놀이구조를 띠고 있다.

울진해촌의 '달넘세'는 노랫가락 또한 '빠른 자진모리' 양식이어서 숨이 턱까지 찰만큼 매우 격동적이며 빠른 몸짓으로 펼쳐진다.

달넘세는 인근 안동이나 영덕지방에서 전승되고 있는 '지에밟기'나 '월월이청청'과 같은 강강술래유형의 여성대동놀이로서 울진지방에서는 평해 직산리, 거일리 등 주로 해촌에서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다.

몇 해 전 필자는 지역 여성들이 주도하는 '달넘세' 놀이를 복원해 울진군의 대표적 먹거리축제인 '울진대게.붉은대게축제' 상설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 후포항의 '백년손님 벽화골목'. 2022.08.03 nulcheon@newspim.com

해촌마을은 바다라는 '총유자산'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노반회'와 '짬계' 등 마을자치조직을 자생적으로 구성해, 마을공동어로 규칙을 세우고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라는 정치·경제적 자치관행을 정착시켰다.

때문에 해촌의 자치규범은 농촌의 그것보다 월등히 뛰어난 자치관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해촌에서 탁월한 자치관행이 정착된 것은 토지의 사적소유 개념이 강한 농촌에 비해 해촌을 떠받치고 있는 물적 토대가 무소유의 바다라는 점, 곧 바다라는 공유자산의 개념에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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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올 매입·전세임대 9만가구 공급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총 19만가구 이상의 공공주택과 2만8000가구 규모 공공택지 공급에 나선다. 또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21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재원조달 방식 등을 다양화해 재무여건 체질을 개선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21만 8000+α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에 나선다. 사진은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서계동 복합문화단지 조성사업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2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핵심 업무인 주택 공급에 집중한다. 10만가구 사업승인과 매입·전세임대 9만가구 등 총 19만가구 이상의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동시에 민간 주택건설 활성화를 위해 2만8000가구 규모의 공공택지를 조성한다. 주택 착공물량은 지난해(5만가구) 대비 20% 증가한 6만가구를 추진하고 지난해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포함된 서울서리풀 등 5만가구 규모의 사업지구 역시 인허가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심 내 신속한 주택공급과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신축매입임대 5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해 피해 주택 7500가구를 매입한다. 올해 주택 승인물량의 37%를 청년·신혼·고령자에게 공급하고 출산가구 우선공급(통합공임)과 실버스테이 등 새로운 유형의 시니어 주택을 통해 가속화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쪽방·고시원·반지하 거주자의 주거 상향 지원을 지속하고 예술인 등 다양한 수요층에 부응한 특화형 매입임대도 확대한다. 공공주택은 합리적 가격의 고품질을 보장한다. 무엇보다 최근 급등한 주택 분양가격을 낮춰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 이를 위해 사업지구별 목표 원가를 설정해 관리와 검증을 강화하고 가처분면적 확대와 사업일정 단축으로 조성원가를 인하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주도의 기술개발을 통해 민간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모듈러주택 표준평면 개발 등 OSC 공법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LH가 개발한 층간소음 1등급 설계기준과 국내 최대규모의 층간소음 시험시설(데시벨35랩)을 활용해 주택 품질 혁신을 추진한다. 관련 예산은 조기 집행한다. 전체 공공기관 투자계획(66조원)의 33% 수준인 21조6000억원을 차질 없이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57%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다. 지역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매입하고 1기 신도시 특별정비계획 수립,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등도 차질없이 추진한다. 손실 최소화 등 재무여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원조달 방식도 개선한다. 광명시흥 등 대규모 사업지구에 LH와 기금이 함께 출자하는 신도시 리츠를 설립해 사업에 따른 재무부담을 완화한다. 또 토지 패키지형 공모 등 지구별 특성과 시장 여건에 맞춘 다양한 매각 방식을 도입해 판매여건 개선과 대금 회수를 촉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임금 직접지급 관리를 강화하고 설게 등 공모에 참여하는 외부 심사위원의 정성평가 비중을 축소해 업체 선정의 공정성을 제고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가 어려운 만큼, 올해도 신속한 주택공급과 투자집행 등 LH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선도적인 공적 역할을 통해 확실한 정책성과를 창출하여 국민 주거안정을 지원하고 국가 경제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2025-02-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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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들 "공정" 49.3% "불공정" 44.9%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관들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공정하다' 49.3%, '공정하지 않다' 44.9%로 팽팽했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0일 발표한 ARS(자동응답 시스템)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헌법재판관들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49.3%가 '공정하다'고 응답했다. '불공정하다'는 답변은 44.9%로 오차범위 내였다. 5.8%는 '잘모름'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30·40·50대는 '공정'이 우세했고, 만18세~29세·60대·70대 이상은 '불공정' 응답이 많았다. 만18세~29세는 공정하다 44.7%, 불공정하다 47.8%, 잘모름은 7.5%였다. 30대는 공정하다 52.2%, 불공정하다 40.4%, 잘모름 7.3%였다. 40대는 공정하다 61.3%, 불공정하다 34.8%, 잘모름 3.9%였다. 50대는 공정하다 61.3%, 불공정하다 35.2%, 잘모름 3.6%였다. 60대는 공정하다 40.7%, 불공정하다 53.8%, 잘모름 5.5%였다. 70대 이상은 공정하다 31.6%, 불공정하다 60.4%, 잘모름은 8.0%였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인천, 광주·전남·전북은 '공정'으로 기울었다. 대전·충청·세종과 강원·제주,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은 '불공정'하다고 봤다. 서울은 공정하다 52.9%, 불공정하다 41.5%, 잘모름 5.6%였다. 경기·인천은 공정하다 50.8%, 불공정하다 44.0%, 잘모름 5.1%였다. 대전·충청·세종은 공정하다 41.8%, 불공정하다 50.7%, 잘모름은 7.4%였다. 강원·제주는 공정하다 44.6%, 불공정하다 48.6%, 잘모름 6.8%였다. 부산·울산·경남은 공정하다 43.8%, 불공정하다 49.3%, 잘모름 6.9%였다. 대구·경북은 공정하다 37.7%, 불공정하다 56.4%, 잘모름은 5.9%였다. 광주·전남·전북은 공정하다 28.2%, 불공정하다 67.6%, 잘모름 4.2%였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88.7%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90.0%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84.4%가 공정하다고 봤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공정하다 48.0%, 불공정하다 46.9%로 팽팽했다. 진보당 지지자들은 59.5%가 공정하다, 잘모름 27.0%, 불공정하다는 13.5%였다. 무당층은 51.8%가 공정하다, 32.9%는 불공정하다. 잘모름은 15.3%였다. 성별로는 남성 53.6%는 공정하다, 42.1%는 불공정하다였다. 여성은 45.1%가 공정하다, 47.7%는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사회의 마지막 성역이었던 헌법재판관의 양심까지도 공격하는 시대"라며 "대통령 탄핵 인용 또는 기각 이후 다음 정권에도 이러한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지지층에 따라 서로 상반된 입장이 나오고 있어 향후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과 인용중 어떠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를 활용한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7.2%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ight@newspim.com 2025-02-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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