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진행서 경쟁률 100대 1 못 미쳐
박재욱 쏘카 대표 "끝까지 완주 하겠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보다 높은 이익률"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주목 받은 차량 공유 업체 쏘카가 기관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상장에 먹구름이 꼈다. 업계는 상장 철회 후 재도전보다는 기존 공모가격 범위(밴드)인 3만 4000~4만 5000원 보다 약 20% 낮춰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서울 여의도 콘랜드호텔에서 열린 쏘카 기업공개 간담회 현장 |
◆ "몸값 너무 높다"…경쟁사 대비 과도한 공모가 논란
8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쏘카는 최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100대 1에도 못 미치는 경쟁률을 가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 투자자들은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하단 이하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쏘카가 상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희망 범위 하단 이하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쏘카가 제시한 공모가 밴드는 3만 4000~4만 5000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공모 금액은 1547억~2047억5000만원, 시가총액은 1조 2060억~1조 5943억원이다.
올해 들어 증시 침체로 공모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잇달아 등장하자, 업계에서는 쏘카 역시 IPO를 접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동종 업계에 비해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 자체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인다"며 "롯데렌탈의 경우 주당 4만 5172원가량으로 책정한 것에 비해 쏘카는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하단 밴드까지 밀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라면 상장을 연기하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상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현대엔지니어링·태림페이퍼·원스토어·SK쉴더스·현대오일뱅크가 차례로 공모 계획을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기관 수요예측조차 하지 않고 IPO를 중단했으며, 나머지는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둬 공모가를 원하는 대로 평가 받지 못하게 되자 철회를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8.08 ymh7536@newspim.com |
◆ IPO대어 줄 철회…"공모가 낮춰 상장 추진 것"
박재욱 쏘카 대표는 "상장 철회는 없다"라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쏘카가 비교기업들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배수)을 적용했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우리는 올해 다른 플랫폼 회사들과 달리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해 유일하게 흑자 전환할 것이고 우버·리프트보다 3년 간 매출 성장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경우 공모가 밴드가 높게 평가됐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쏘카는 적용 성장률 조정 기업 가치 대비 매출액(EV/SALES)을 기반으로 책정한 공모가 밴드를 책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교 기업인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 우버(2.4배)와 리프트(1배)보다 높은 7.7배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적용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어 대해 박 대표는 "그랩과 디디추싱‧우버 등 해외 모빌리티 업체의 경우 법인세전 이익률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쏘카는 작년까지 -0.9% 수준으로 압도적으로 좋다"며 "마케팅 비용도 전체 매출 대비 그랩 36%, 우버 27%, 리프트 34%를 쓰고 있는데 저희는 2.7%에 불과한데다 올해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모구조를 만들 때에도 시장 친화적인 구조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구주매출 대신 전량 신주 455만주 발행하는데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 모두 자발적 보호예수를 걸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상장 주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쏘카는 9일 중 공모가를 확정해 발표한 뒤 10~11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IB 업계는 쏘카가 상장을 추진하기 이전에 고평가 됐던 공모가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할당된 주식(364만주)물량을 줄이고 가격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공모 물량을 줄이고 공모가격을 최소한 25% 가량 낮추지 않으면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랄 공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선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