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전기 지원, 농업 기술, 의료 인프라 지원 등 언급
전문가 "대화 여건 조성이 우선, 北 호응 가능성 낮다"
한일 관계 "양측이 각론서 양보해야, 환경 안 좋아"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제 77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북한에 대한 담대한 구상을 처음 제안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대규모 식량 공급과 전력 지원, 국제 투자 및 금융지원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방안은 ▲대규모의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교역을 위한 항만・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이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2022.06.21 photo@newspim.com |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결정하면 그에 맞춰 대규모 경제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제안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가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한미 동맹 복원을 기치로 미국과 긴밀한 대화를 해온 점이 제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이같은 윤 대통령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최근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윤석열 정부가 대북 선제공격을 고려하고 있다며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맹비난할 정도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리가 이번에 겪은 국난은 명백히 세계적인 보건위기를 기화로 우리 국가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반공화국 대결 광증이 초래한 것"이라며 "비루스(바이러스)는 물론 남조선 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적으로 규정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윤 대통령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가 북한을 끌고 가려는 것보다는 북한이 우리와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근본적으로 비핵으로 갈 수 있는 체제 안전 및 여러 조건들이 해소돼야 그 과정에서 담대한 구상들이 실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 쪽의 비핵을 전제로 하면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08. 15 yjlee@newspim.com |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같다고 북한부터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북한이 경제적 이익으로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북한은 남한의 보상으로 비핵화하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오늘 나온 경제 지원은 선비핵화가 돼야 할 수 있는데 이미 여러 차례의 회담에서 대화를 나눘지만, 서로를 불신하기 때문에 진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대학원 교수도 "선 비핵화 후 협력인데 북한이 호응하겠나"라며 "북한을 주적으로 해놓고 어떻게 평화를 논의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담대한 구상은 상대방이 호응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상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기본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생존이 국가 생존보다 중요한 체제"라며 "핵무기 협상과 평화 체제는 북한의 체제를 생존하게 하는 사활적 이익이고 경제 지원은 사회주의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지엽적인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는 김대중-오부치선언을 계승하면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 남성욱 교수는 "당장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기업의 자산 동결에 대한 문제가 진행 중인데 정부는 그쪽으로 방향이 실려가고 있다"라며 "각론에서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야 하는데 일본도 그렇고 우리 역시 이를 어떻게 감내할 것지 모르겠다. 환경이 좋지는 않다"고 총론적인 입장으로 평가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