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놓고 입장 '팽팽'한데…고용승계 이행부터 난관
하청노조에 반발한 원청노조…'노노갈등' 재발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지혜진 정승원 기자 = 51일 만에 파업을 종료한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조가 협상 타결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단식농성에 돌입하면서 노사간 갈등이 다시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노조가 주장한 고용승계 외에도 손해배상 청구와 '노노갈등' 문제 등이 남아있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18일부터 김형수 지회장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오는 19일부터는 강인석 부지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사내에서 단식농성을 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사측과 타결한 협상안 중 "고용 보장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한달여 만에 다시 투쟁에 돌입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 손해배상 놓고 입장 '팽팽'한데…고용승계 이행부터 난관
파업사태는 극적으로 타결돼 일단락됐지만 노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는 지난달 22일 올해 임금을 4.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외에 명절 휴가비 50만원, 여름 휴가비 40만원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폐업업체 소속 하청 노동자의 고용승계와 관련해서도 양측이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18일 오전 국회 앞에서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08.18 heyjin6700@newspim.com |
협상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고용보장 문제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모양새다.
노조가 이날 밝힌 내용에 따르면 양측은 모두 고용승계와 관련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합의 문구에 동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합의 과정에 함께한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 교섭대표는 고용보장 합의 취지와 내용을 부정하지 않지만,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고용보장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2개 업체의 조합원 42명은 아직까지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조합원들은 당장 생계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고용승계에 책임 있게 나서지 않으면 노조는 사측이 합의정신을 훼손하고 합의 이행에 진정성이 없다고 해석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하청노동자들은 사업장이 따로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새로 사업을 인수한 측과 노동자들 간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손해배상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협상 타결 당시 노사는 민형사상 면책 등 손해배상 청구 문제는 합의하지 못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파업에 대한 '면책권'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파업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해 손배소 제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은 향후 여야 충돌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 근절"을 강조한 데 반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업활동에 피해를 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소송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 하청노조에 반발한 원청노조…'노노갈등' 재발 가능성도
노사갈등의 불씨뿐 아니라 '노노갈등'도 향후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청노조인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는 하청노조의 파업에 반발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탈퇴 투표를 결정했다.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원청노조는 초과근무, 특근 축소, 야간작업 중단 등의 피해를 입었지만 금속노조가 하청노조의 파업에만 집중한다는 이유에서다.
찬반투표 결과 찬성이 2226명(52.7%)에 그쳐 가결 조건인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체 조합원의 절반에 달하는 조합원이 탈퇴를 원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향후 노노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원청노조의 총 조합원은 4726명으로 투표에는 4225명(89.4%)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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