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 사고 듣고 공황장애 진단…공단 상대 승소
"스트레스로 증상 악화, 질병-업무 인과관계 인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업무 도중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겪은 뒤 동료가 비슷한 사고를 당한 것을 듣고 공황장애 증상이 악화된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임성민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씨는 2016년 2월 경 근무지에서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듬해 5월 동료 근로자가 사고 당시와 동일한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심한 불안감을 느껴 병원을 찾았고 적응장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이 사건 상병은 업무적인 요인보다는 개인적인 환경 등의 업무 외적인 요인이 질병 유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요양불승인 결정을 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재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공황장애 발생 이후 치료를 통해 증상이 일부 호전됐으나 2020년 1월 동료가 지게차 작업 도중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시 증상이 악화됐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다.
사건을 심리한 임 판사도 A씨의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임 판사는 "비록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해 타박상 정도의 부상을 입었고 이후 별다른 산재처리 없이 업무에 복귀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며 "지게차와 관련한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2017년 동료의 지게차 작업을 목격하고 심한 불안감을 느껴 응급실로 내원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상병과 같은 정신과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원고의 증상 발현 또는 악화가 지게차와 연관된 업무상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임 판사는 "원고의 상병은 이 사건 사고 및 그 후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여러 사정들로 말미암아 유발됐거나 적어도 이러한 업무적인 요인들이 원고의 성격, 가정환경 등의 개인적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공단의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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