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사적 모임으로 판단해 유족급여 부지급
"사업주 지배·관리받는 회식 해당"…유족 승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상사와 업무적인 관계로 이뤄진 1대1 회식에서 불가피하게 과음을 한 뒤 사고로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청소경비 업무직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20년 10월 22일 오후 5시 30분경 부터 오후 8시 경까지 상사인 관리부장 B씨와 회식을 한 후 만취해 집 앞에서 뒤로 넘어졌다. 그는 외상성 대뇌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이듬해 3월 결국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회식이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를 따라 참여한 행사로 보기 어려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의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승인 처분했다.
이에 A씨 유족은 지난해 8월 공단을 상대로 불승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참석한 이 사건 회식은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사고로 인한 재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회식에는 A씨와 B씨 두 사람만 참석했지만 당초 5명이 참석할 예정이었고 다른 직원 3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하게 돼 A씨가 직원을 대표해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관리부장은 기술 3급 직원으로 시설관리부 총 책임자이고 망인은 급수가 정해지지 않은 업무직 직원"이라며 "두 사람 사이에는 개인적인 친분도 없었으므로 이 사건 회식이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사적인 관계에서 이뤄진 회식 자리였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부장은 평소 현장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자주 가져왔고 실제 이 사건 회식 당시 망인과 나눴던 대화에는 청소 장비 구매 건이나 청소구역별 업무수행 건 등 동료직원들의 업무적인 불편사항에 관한 얘기가 포함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회식 장소가 A씨의 주거지 근처인 사정이나 법인카드로 회식비용을 결제하지 않은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배제되는 사적인 모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 기준을 판시한 대법원 판례와 증거, 법리 등을 종합해 A씨가 회식에서 과음을 했고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러 그것이 주된 원인이 돼 사망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리부장의 주량이 소주 3병 정도로 일반적인 사람보다 많이 마시는 편이어서 망인이 여기에 맞춰 마시다가 불가피하게 과음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음에 따른 통상적인 위험 범위를 벗어나서 비정상적인 경로에 의해 사고가 일어났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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