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서해 피격 사건' 이어 경찰 '성남FC 의혹'도 결과 뒤집혀
법조계 "전 정권 또는 야권 '보복 수사' 등 논란 있을 수밖에"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지난 6월 해양경찰청이 전 정권 관련 사건 수사 결과를 뒤집은 데 이어, 이번에는 경찰이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수사기관이 교체된 정권 입맛에 맞게 수사 결과를 뒤집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지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날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14 photo@newspim.com |
성남FC 의혹은 이 의원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두산그룹·네이버 등 기업들에게 성남시 정자동 일대 인허가를 제공하고, 성남FC 후원금 명목으로 160억여원을 지급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지난해 이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이 파급력 있는 사건의 수사 결과가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다.
애초 해경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고 이대준 씨가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있다가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지 일주일 만에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해경은 지난 6월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유족 등의 고발이 이어졌고, 현재는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형사사건 전문 A변호사는 "의혹이 남아있다면 재수사나 보완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수사기관이 할 일"이라면서도 "다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수사 결과가 이렇게 바뀌면 결국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수사결과가 뒤집힌 이번 사건들은 수사 등 일부 과정에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두 사건 모두 전 정권이나 현 야권 주요 인사가 얽힌 사건이기 때문에 '저격 수사' 내지는 '보복수사' 등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을 향한 비판도 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처분을 의도적으로 늦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이 있다.
한 장관이 얽혔던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는 2020년 중순 시작됐다. 수사팀은 약 2년간 11번이나 한 장관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반려됐고, 12번째 무혐의 처분 때 비로소 결론이 났다.
'친(親)문'으로 분류되던 이정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건을 처분한 시기가 바로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 교체가 확정된 지난 4월이었다.
김 여사 사건도 상황은 비슷하다.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이 문재인정부와 척진 이후 이른바 '처가 리스크' 관련 검찰 수사가 고강도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검찰은 김 여사 관련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정권 교체 전 수사팀도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전 검찰 지휘부도 김 여사 관련 사건 처분을 내리지 않았고, 현 지휘부도 처분을 미루고 있다. 김 여사 사건은 이 대표 관련 사건과 맞물려 '특별검사 도입' 등이 거론되는 가장 큰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과거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불법 유용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질질 끌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결과가 뒤집히거나 수사가 장기화되면 결국 지지자들 간의 감정싸움밖에 남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의 중립성·독립성이 중요한데, 정부 초기부터 검경 모두 이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당분간 정치권이나 지지자 간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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