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기업' 정체성 훼손...주가 변동성↑
증권가 "영구채 처리 방안 등 거래조건 주목"
장기적으로는 방산·에너지 사업 시너지 기대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한화그룹의 주가 흐림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그룹의 방산 정체성이 희석되는데다 조선업 인수로 실적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대우조선의 영구채 처리 방안 등 미확정 거래조건도 향후 한화그룹사의 이익 전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49.3%(신주 1억400만주)를 약 2조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을 출자하고, 한화시스템이 5000억원, 기타 계열사(한화임팩트파트너스, 에스아이티/한화에너지싱가폴/한화에너지일본)가 5000억원을 투자한다.
한화빌딩 전경. [사진=한화그룹] |
11월 말 본계약이 체결되면 내년 3월말께 기업결합심사를 완료한 뒤 거래가 종결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앞서 2008년에도 대우조선을 6조3000억원 규모로 인수하고자 했으나 결렬됐다. 약 14년 만에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대우조선의 인수 비용은 당시보다 4조원 이상 낮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헐값에 매각하려 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방산 분야인 특수선만 떼어 오고 싶어했던 한화가 통매각 방식으로 상선 부문까지 함께 떠안으며 그룹주에는 되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의) 방산 부문 시너지가 예상되지만 방산 전문 업체로서 정체성 희석과 상선 부문 실적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된다"며 "대우조선해양은 반기 순손실 6679억원을 기록했고 순차입금도 1조6000억원을 보유했다. LNG선박 호황이 예상되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 경영정상화 지연 우려가 상존한다"고 말했다.
또 조선업의 경우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방산으로 사업재편을 하면서 재평가 기대감이 높았으나 대우조선해양 실적이 연결로 반영되는 내년부터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영구채 처리 방안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거래 조건도 한화의 이익 전망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2조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금리가 주목 받는다. 현재는 연 1% 수준이나, 내년부터 금리 조건이 변경될 수 있어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이슈는 영구채 처리와 각종 우발채무에 대한 매도인의 보장범위 등"이라며 "이번 거래 인수주체들의 주가에 미칠 영향은 이러한 거래조건들이 확정된 이후여야 의미 있는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주식 관점에서는 아직 적정가치 산출을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에도 여전히 산업은행이 28%의 지분을 보유하는데 장기 관점에서 해당 지분의 처리 방안이 도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한화, 삼성증권] |
다만 증권가에서도 장기적으로 이번 인수건이 한화그룹의 방산·에너지 사업을 확장시킬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동안 부족했던 해양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방위사업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대우조선의 LNG 관련 역량은 한화그룹의 그린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은 지상방산, 레이더, 유도탄에 더불어 해군의 특수선 사업에 진출하며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상선에서는 LNG/암모니아/수소와 풍력을 통해 신재생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한화그룹의 비용 조달 능력도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4232억원에 이른다. 한화시스템 역시 상반기 말 기준 1조1000억원의 현금 시재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화그룹이 계열사 현금과 회사채 발행,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zunii@newspim.com